Mutter

한숨……

수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는 길거리의 한복판, 그 사이사이를 마치 붕뜬 공기처럼 존재감 없이 걸어가고 있을때.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길거리의 한복판을, 무거운 공기처럼 존재감 없이 걸어가고 있을때.

이른새벽 아무도 없는 중심가를 뼈속까지 시린 공기와 함께 걸을때.

주위의 것들이 순간, 아득히 느려질때.

그리고

주위의 모든것들이 순간, 아득히 사라지는것 처럼 느껴질때.

어떠한 순간에도 내 옆에 항상 있는건 카메라 밖에 없다.
그게 너무 아프고 슬프다. 진짜 슬프다. 정말로 뼈속 골수가 빠질 정도로 아프고 슬프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 대관람차를 찾으려 여행이라도 떠나면 좋을 것만 같은 심경이다.

프로하스카

그러니까, 왠지 웃음이 피식 나왔다.

그래야 하는거다. 그렇게 하는게 맞는거고 그렇게 하는게 편한거다.
자기 합리화의 페르소나를 뒤집어 쓰고서는 웅크리고 있는게 편한거다. 괜히 어쩌면 쓸때없는 열기오름에 스스로 쑥쓰러워하고 두려워 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래. 아무렴 어떻냐만.

그래서 조금 슬프다.

3개월 넘게 냉장고에 모셔두었던 아끼고 아끼던 버드 한병을 마시고 잠을 자는게 지금으로선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눈이 와서 말이지……

2005년도에 들어서 부산에 눈온게 3번째? 4번째? 참 자주도 온다.

부시시 일어나서 어기적어기적 무엇인가 하고 있다 반투명 시트지가 발려있는 창문을 문득 보니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눈이 온다. 메신저 에서도 눈이 온다고 누군가 메세지를 보냈다. 싫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반가운 기분이다.

오후 네시 반쯤 즈음 보니 눈이 내리는 하늘은 노랗더라. 왠지 전혀 알수 없지만 순간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위액이 역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을려고 하는데, 메신져에서는 자꾸 메세지가 들어온다. 왠지 꼭 사진을 찍어야만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탓인지 조금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덧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오랫만에 CDP를 집어넣곤 이어폰을 귀에 꼽아둔체 거리를 걸으면 2~3롤 저도 사진을 찍었다. 그냥 눈이 찍고 싶어서 바닥에 있는 눈과 하늘에 있는 눈을 찍었다. 렌즈위로 눈이 조금씩 맺히더니 이내 녹아버린다.

너무 너무 추워졌다. 손가락이 얼기 시작했고 나중엔 손가락을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오늘은 왠지 장갑을 끼고 사진을 찍는다던지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카메라에 들려서 몸을 녹여야겠다 싶었다. G형이 한껏 눈맞으며 돌아다닌 몰골을 찍었고 내 카메라를 쥐어주어 다시 한장을 찍었다.

따뜻한 인스탄트 커피 한잔을 마시며 몸과 손을 녹였다. 아.. 이제 좀 살만하다. 사람들 얼굴을 보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했다.

K양이 저녁을 샀다. 거기 식구들 및 민폐쟁이들(나도 포함)과 함께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웃긴건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는 것이다. 기분이 눅눅했다고 하더라도 배가 든든하면 그런 기분이 좀 가시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기묘한 공기감을 느끼게 된다. K양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괜히 쓸떼없이 느껴지는 쑥쓰러운 때문에 그냥 잘 먹었다고만 말을 하고 말았다.

가계문이 열리고 중년 초입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가게에 들어왔다.
뭔가 카메라를 살것같이는 보이지 않는, 그냥 어중이 떠중이 같은 느낌의 손님.

무엇인가 들썩 거리면서 카메라를 물어본다.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렇듯 카메라를 보면서 내보이는 묘한 열기 같은건 느끼지지 않는다. 왠지 길거리 걸어다가다 발 닿는데로 온 김에 카메라 구경을 한다는 느낌의 남자다. 눈동자도 무겁고 어두운 빛이 감도는  어딘가 기묘하게 뒤틀려 있는 느낌이다.

5분인가 10분인가 상담을 하더니 조그만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며 메모리며 조그만 가방이며 그러한것을 챙겨가지곤 돈을 지불하고 나갔다. 뭘까. 싶어서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해보니 눈이 와서 기분이 우울했다. 그래서 카메라를 샀다. 라는 것이다.

\’새로운 사진 인생이 탄생하는건지도 모르겠군요\’
\’글쎄 그래보이진 않지만.\’
\’그거야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겠죠\’

왠지 난 그 사람의 마음을 공감 할 수 있을듯 하다.

시간이 되어서 바깥을 나섰다.
여전히 눈은 계속 내리고 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雪國)이었다. 로 시작하는 구절이 머리속에서 계속 맴돈다.

이야. 이거 정말.

끝장나게 괴롭고 외롭다.

시간이 흘러야 하는거지.

내가 예상한것 그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했을때, 그리고 그 예상이 실상 전혀 맞지 않았음을 깨달았을때. 비로서 그때 진정 아픔을 느낄때.

누구나 있는 그런 하등 특별할 것 없는 그런 평범한 일.

하지만 이번 일로 깨달은게 있다면, 나라는 인간은 생각보다 아직까진 아직까진…

さようなら.

잃어버리지 않아요.

요즈음 들어 난 항상 렌즈 2개 들고 다닌다. 당연히 하나는 마운트에 장착. 나머지 하나는 코트 안주머니에 항상 넣어놓고 다닌다.

오랫만에 K군과 술 한잔 걸치면서 무엇인가를 찍었다. 아마도 35mm로 찍다가 50mm로 바꾸었던것 같다. 무엇인가를 찍은 후 안주머니에 렌즈를 집어넣는데 바 넘어 있는 여자가 대뜸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렌즈 잃어버릴 일은 없겠네요\”

\”여자는 잃어버려도 카메라와 렌즈는 잃어버리지 않아요. 여자를 안주머니에 넣어 다닐수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잃어버리는 걸요\”

아무 생각없이 순순히 나오는 말 이었지만,  말 하는 순간엔 몰랐는데. 약 30초후 슬퍼졌다.

약간의 취기 때문인지 스스로에 대한 심리적 피막이 엷여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약간 감상적으로 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막상 내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생각하면 머리를 긁적이면서 반숨도 되지 못할 정도로 피식거리고 말아버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종류의 것 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내 나이에 있어서 그래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오는 찻간에서 Queen의 Some body to Love라는 노래는 눈물이 날 만큼 적적하게 들렸다.

프레디 머큐리는 그렇게 속삭였다.

여자는 잃어버려도 카메라와 렌즈는 잃어버리지 않아요.

이거 상당히 예전에 봤던 건데

이런저런 일들이 있고, 오늘 만났던 사람과 한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하면서. 머리속에선 상당히 예전에 봤던 노래가 생각났다.

특히 시작하고나서 처음에 나오는 무엇인가 소실되어버린 아저씨의 얼굴과 모자에 야채도매상 경매판을 달고 있는 아저씨의 얼굴 표정은 항상 무엇인가 울컥하게 만들곤 한다.

뭐랄까, 이건 좀 치사하다. 라는 느낌이다.

칠드런이고 어덜트고 간에 언제까지 나 자신이 나답게 무엇인가를 계속 할 수 있을런진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나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현실적으로 요구되어지는 고민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의 결정은 본인 스스로 하게 되는 것임엔 분명하다.

계속 지켜나가던, 완전히 포기하던 혹은 타협을 하게 되든 최소한 \’자신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촉\’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을 잃어버린다던가 소실 되어 버린다던가 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내가 지금 딛고 있는 땅의 감촉과 공기의 냄새와 햇살의 촉감과 하늘의 색을 잃어버리진 않을것이다.

그렇게 생각 하고 싶다.

희망의 수만큼 실망은 늘어나겠지
그래도 내일 가슴은 떨릴거야

만남의 수만큼 이별은 늘어가겠지
그래도 희망에 가슴은 떨릴 거야

.
.
.
.

나중에 잘 될려고 그러나 보다.

요 근래 몇일 동안 등록금 문제 때문에 이리저리 신경이 많이 쓰였다. 작년과는 달리 올해엔 제도가 바뀐덕에 뭔가 계획한데로 되질 못했다.

한해 휴학하고 내년에 다니면 되지.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렸다. 죽기 직전까지 할 사진, 1년 정도 학교에 묶여있다고 해서 큰일 나는건 아니다. 그야 조금은 답답한 면도 있지만 한해 늦어진다고 조바심 부려선 안될 일이다. 한편으론 누구하나 원망할 것 없이, 나의 잘못이요 나의 실수이며 나의 능력부족 탓이니, 속으로 끙끙 하고 있어봐야 득 될것이 없다.

나중에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길런지 모르겠지만, 두고 볼 일이다. 어찌 되었건 뜻하지도 않은 1년의 시간에 나에게 주어졌고 이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생각과 계획을 만들어야 함이 옮을 것이다. 일단 현재 작업실의 영업(그리고 지금껏 나 스스로 지켜왔었던 것들에 대한 타협까지도)을 중점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1년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직종을 해볼까, 이 2가지 정도가 내가 생각 해 볼 수 있는 정도이다.

되도록 작업실을 통한 수입이 들어오는 것이 비교적 좋을 것이다. 사진과 계속 닿아 있을 수 있고, 게다가 올해 할려고 하는 (그리고 지금껏 계속 준비해오고 있는) 개인전 역시 진행이 가능하리라 라는 심산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오전,오후로 일을 하고 저녁엔 작업실에서 수업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짜맞춰 볼 수도 있겠다. 잠이야 조금 덜 자면 되는 것이고.

아니 어쩌면 차라리 작업실은 잠시 닫아두고 확실히 일에만 전념하는게 좋을지도 모를 일이다.

라는 식의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하지만 요 몇일동안 등록금과 관련된 기타 금전 상황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심신이 피로하다. 하다못해 하루, 이틀 정도는 푹 쉬고 뒤에 일을 생각해 보는것도 좋겠다.

어찌 되었건, 수강신청 한것은 다 취소하고 휴학계를 제출하러 내일 학교에 가볼 참이다. 역시 씁쓸한 기분이 드는건 별 수 없지만, 이런걸로 기분이 눅눅해져선 나 스스로가 답답스럽다. 믿는 구석 하나 없지만 그래도 의기소침 하지말고 당당히 나답게 앞으로의 일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것은 아직까진 내 몸뚱이가 건강한 편이라는 것 이다. 정말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이제 잠시 잠을 자야겠다.

24mm x 36mm

날씨는 축축하고, 무엇인가 생각한대로 일이 쉽게 풀려나는게 없다.

무엇인가 계산, 예상한데로 되질 못해서, 은행 잔고는 완전히 바닥을 보였다. 집세도 밀렸고, 전기세는 앞으로 일주일 안에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다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통신요금도 그렇다. 등록금도 문제다.

어쩐지 구질구질한 기분이 충만하여, 이런 상황에서 어떠한 돌파구를 찾아야 함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줄이 3개 정도 끊어진 베이스 기타 같은 기분이 되어버렸다. 불이 붙지 않는 지포 라이터 같은 기분이 되어버렸다.

전공수업은 들을께 거의 없는데다, 그나마 순수사진 세미나 수업은 아에 항목에서 사라졌다. 정말이지 학교고 뭐고 그만두고 어디 인력시장에라도 기웃거리면서 일당이라도 벌고, 그렇게 돈을 모아가는게 차라리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런 상황이 된것은 이미 내가 불러온 상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작업실 영업도 하지 않고, 어쩌다 들어온 수강생은 나의 성의부족으로 불과 한, 두달만에 관두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면서 지 잘난듯 떠들고 다니는 형세가 아주 몰골이 추하다.

겨울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또 봄이 오고야 만다.

봄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끔찍스럽게 싫은 계절이다.
온 세상 천지에 시체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항상 봄이 되면 난 혼미스럽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세월이 흘러야 담담해 질 수 있는 것 일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나 자신 몸뚱이 하나 제대로 건사 할 수 있으며 살아 갈 수 있게 될 것인가.

어쩌면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이미 나에게 있었던 이라고 생각한다.

모자라고 부족한 인간이다.

시트론.

그러니까 말이지.

바람 좋고 햇살 좋은 그런 날.
어딘가 공원이든 유원지든 어디든 그런데 따위엘 가는거다.

상큼발랄한 그 여자아이는 앞에서 놀고 있고, 난 벤치따위에 노곤하게 앉아선, 상큼발랄한 여자아이를 말 없이 흐뭇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여자애는 혼자놀다 지겨워졌는지, 상큼하게 다가와선 내 소매를 쭉쭉 잡아당긴다. 그리곤 별로 내키지도 않는 (그리고 그다지 흥미도 없는) 놀이들을 같이 하는 거다. 하지만 딱히 불쾌하다거나 귀찮다거나 하는 그런 싫은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그 여자애의 행동들이 마치 시트론 향처럼 나에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넘어갈 즈음에 어딘가에 가서 식사를 하고, 어딘가에 가서 간단하게 술을 마신다. 그리곤 어딘가의 호텔에 같이 들어간다. 그 여자아이는 몸을 내쪽으로 향하여 새우처럼 곱게 누워있고, 난 천장을 바라보면서 누워있는 것이다. 그 상태 그대로 나의 오른손으로 여자아이의 왼쪽 발등을 살포시 손바닥에 뭍어두곤 그대로 잠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요 며칠동안 뜬금없이 계속 했었던것 같다.

사실, 내 이상형은 (어디까지나 이상형일 뿐이지만) 미드나이트 블루의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여자다. 누군가 이야기 했지만, 이러한 옷을 어울리게 입는 것에는 그러한 인생을 살아야만 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헤링본 무늬의 슈트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이상형일뿐, 그러한 여자라는게 매우 드물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작용에 의한 상큼 발랄한 여자애 라는건  아니다.

상큼발랄한 여자아이 역시 매우 드물것이라 생각하지만.

무엇도 구할 것이 없다. 당연히 구할 수 있는 것 또한 없다. 당연한 것이다.

난. 그자리에서 뭘 하고 있었던가.

난 그 자리에서 무엇을 구했던 것인가.

난 그 자리에서 뭘 원했던 것인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난 무엇도 구하지 않았고,
당연히 무엇도 구할 수 없음이다.

매우 당연한 것 이다.

그래. 당연한 것이다. 매우.

스쳐지나가는 공기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난 무엇을 구할려고 했던 것인가.

대답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런 자신이 매우 역겹다.

그 무엇도 구할 수 없는것임은 이미 알고 있다.

역시 당연한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아주… 오랫만에 황야의 이리를 올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 자체도 역겹긴 마찬가지다.

간만에, 조금은 취한 사람의 헛소리 일 뿐이다.

자빠져 자는 것이 현명할 일이다.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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