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ter

난. 봄을 증오한다.

조금씩 머리가 굵어지고, 세상에서 겨우 걸음마를 때는 순간부터,
난 봄을 좋아 할 수 없었다.

9년 동안 항상 그랬다.

그리고 올해 봄 역시 그럴 것 이다.

내가. 무슨 권리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없다.

그렇게 되고 싶어서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닐진데,
내가 어째서 그런 말을 감히 할 수 있단 말인가.

무슨 권리로 내가 그 따위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오열 하고 싶지만, 그럴 힘 마저 나에겐 남아 있지 않다.

6 : 30 am

폴라리스…

그러니까 말이지.

공기속을 부유하는 하이얀 플랑크톤이 폐속에 들어오는거다.

딱히 아프다거나 고통스럽다거나 하는건 없지만, 목구멍이 점점 답답해져 오는거다. 동맥경화걸린 핏줄기의 덩어리 처럼. 그러다가 어느 순간엔가 늘 그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표정이 굳어버린다.

피도 통한다. 당연히 심장도 뛴다.

요즘은 고탄 프로젝트의 Queremos Paz 라는 음악을 하루에도 마흔번은 넘게 듣는듯 하다.

입닥치고 길거리를 부유하기에 좋은 음악이다. 플랑크톤 처럼.

항상 그렇듯, 현상이나 해야겠다.

Seven Years.

뭔가 얼떨결에 노래방에 따라갔다.
아주 어렸을때는 나도 몇곡인가 찾아가며 불렀던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단순히 신곡에 무관심하다거나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부를 수 있는 노래보다는 부를 수 없는 음악 혹은 부를 수 없는 노래쪽을 많이 듣게 되는 탓일게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되는 일인데다 설령 그렇게 에너지를 쏟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노래도 안되니 가끔은 같이 간 사람들에게 민망스러운 경우도 있다.

같이 간 일행중에 Don\’t know why 를 불러서 속으로 얼마나 깜짝놀랐는지 모른다. 그야 목소리 톤이라던가 창법에 있어서 차이라는건 어쩔 수 없는 것 이겠지만, 무엇보다 이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는 예상은 커녕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부분부분 미묘하게 어긋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듣기 나쁘지 않은 목소리다.

나 또한 나름대로 예전 기억을 조금씩 더듬어 가며 몇곡인가 불렀는데, 당시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Don\’t know why를 부르는 것을 들으며 머릿속을 지나간 것이 있었다. 예전엔 패닉의 노래를 즐겨부르곤 했던것 같은데 한곡도 부르지 않았다는 거다. 웃기는 건 흘러가버린 사랑노래, 이별노래 이런것을 부르고 있으니 스스로도 놀랄수 밖에 없었다. 예전부터 그런 종류의 노래는 듣는건 나쁘진 않지만, 부르는 것은 좀 다른 경우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에게 있어선 쉽사리 할 수 있는 종류의 행동이 아니다.

어째서 그런것일까, 이런저런 이유들을 유추하고 생각하다가 그냥 관두기로 했다. 그냥 그게 더 좋을것 같아서.

일행과 헤어진후 날씨가 조금 쌀쌀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견딜 수 없이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주머니 속을 뒤져보니 5000원이 전재산이다. 작다면 작은돈이고 많다면 많은 돈이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근처에 살고 있는 K군 집에 미리 연락도 없이 불쑥 들어갔다. 괜히 그러고 싶을때가 있는 것 이다.

거기엔 Y군도 같이 있었다. 전에 빌렸던 7000원중 5000원을 갚았다. 조잔한듯 해서 괜히 미안스럽다. 자리를 잡고 뜨뜻하게 올라오는 전기장판의 열을 받으며 3편의 영화를 봤다. 담배를 피우고, 과자를 씹었다. 난 영화 한편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집중해서 보는 편이라 왠만해선 하루에 한편 이상 보진 않지만, 오늘은 어쩐일인지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머리가 지끈거리는건 평소때 상황과 다름 없지만, 나쁘진 않았다.

옷을 추스려 입고 Y군과 함께 집을 나섰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괜스레 기분이 미묘하다. 어둑어둑한 사람 하나 없는 길거리를 캔커피 하나씩 빨면서, 교차점에서 헤어졌다.

돌아와서 보니 코트가 제법 젖었다.

그냥, 그게 더 좋을것 같다.

괜히.

수염을 깎았다.

오늘보다 조금 못한 하루라도 좋으니까…

간단한 아르바이트 하나를 끝내고, 조금은 여유있게 시간을 보냈다.
항상 미안스럽게 민폐를 끼친다는 느낌은 자꾸 나를 찌르는데, 그런 미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미안스러운 느낌이 불쾌하다거나 찝찝하진 않다. 단지 속으로 조금씩이나마 갚아나갈 일이 생길것이라 스스로 위안을 하는 것 정도가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다.

괜히 기분상인지 실제로 인진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미묘하게 좁다싶은 계단이 있는 커피집엘 갔다. 문을 열자 언제나 똑같은 조명과 똑같은 주인과 똑같은 아르바이트 생이 있다. 싱긋 눈인사를 하면서 괜히 쑥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돈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괜히 숨을 폐속 가득 싶이 들이 내쉬었다.
순간 눈앞이 보이지 않고 오직 아득한 느낌만이 조용하고 부드럽게 온몸을 휘몰아 감는다. 그렇게 5초 정도 가만히 서 있었다.

가끔 그러고 싶다.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평소의 페이스와는 다르게, 설령 커피가 식는다 하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마시고 싶을때가 있다. 아마 오늘이 그런 날 일게다.

어찌 보면 딱히 특별할 일도 없는, 그런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다. 누가 그랬듯 같은 하루 속을 그렇게 몸은 훑고 지나가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도 어쩐지 이런 미묘하고 사소한 공기의 떨림은, 오늘 같이 미묘히 기분이 저 기압이었던 나에게 한 웅큼의 온기를 부여해준다.

기뻐 미쳐 날뛸 정도의 것이 아니라도, 그냥 순순히 사람이 있고 별 하릴없는 그런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들 속에서라도 특별히 표정이 드러날 것도 없는 조용한 타인의 미소와 나의 미소는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 있어서 다시금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온기 일 것이다.

추신 : 주인장이 커피 드리핑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봤는데, 아름다웠다.

오전 6시 2분

.

순간, 오열하듯 음악을 듣고 싶었다

몇일전인지 모르겠다. 부산사는 사람 눈으로 보기엔 몇년만에 폭설이라고 해도 좋을만큼의 눈이 내렸다.

간밤동안 20롤 정도 되는 필름을 현상하고 고장난 전기장판덕에 온몸을 와들와들 떨면서도 피곤에 찌든체 그야 말로 미친듯 잠들었다. 몇통인가 받지 못한 전화와 몇통의 문자들이 핸드폰을 울리고 있었다. 머뭇머뭇 잠결에 받은 전화 몇통들. 눈이 왔단다. 바깥을 보라고 한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다. 그야 눈이 왔으니까.

머리를 긁적이며 물 한잔을 마시고, 작업실 창문을 열자 눈앞이 보이지도 않을만큼의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감히 눈내리는 것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래. 내려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의지력 없이 습관처럼 카메라를 손에 쥐고 35mm 렌즈를 마운트에 걸고 3장인가 찍다가, 무엇인가 어렴풋 보이는 것 같은 느낌에 황급히 300mm 렌즈를 걸고 1장인가 찍다 말았다.
무엇인가 보일리 따위 없다.

참 사막같이 내리는 눈들이다.

적당히 얼굴에 물을 뭍히고, 적당히 수건으로 물을 닦아내고, 겨울이라고 해도 변변한 옷이 없는 단벌 롱코트를 주워 입었다. 지랄맞게 값이 500원이나 쳐 올라버린 담배 한개비를 물고면서 정부에게 분노하는 마음을 가라앉힌체 작업실의 냉기를 들이마셨다. 기분탓인진 모르겠지만 눈이 저토록 미친듯 뿌려지는데도 작업실 공기는 어제에 비하면 냉기가 덜한 기분이다.

아무 생각 없이 노라존스 음악을 틀어제낀체 양손을 코트 주머니에 잔뜩 찔러놓고는 의자에 온몸을 기대고 심통난 영감처럼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정말 사막같이 내리는 눈들이다.

무엇인가 아무 의미없는 일들을 몇가지 처리하고 정리를 한 다음, 담배를 물고 카메라 가방과 카메라를 울러메고 거리로 나섰다. 몇장인지 몇롤인지를 찍었다. 아마 비슷한 오브제만 엄청나게 찍어댔던것 같다. 어째서 그런것들을 찍었던 것인지 스스로도 납득이 잘 안되는 것들이다. 감정으론 조금정도는 고양되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뇌는 아직도 흐르적 거린다.

갑자기 눈이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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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코팅 렌즈, 테스트.

400TX, XTOL, CP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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