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ter

조금씩 추워지고 있다.

겨울엔 롱코트 만한것도 그다지 없어서 밑단이 길기 때문에 추위를 잘 타는 나로써는 상당히 요긴한 옷 중 하나다.

약 8~9년 정도 입고 다녔던 롱코트는 그다지 유행을 타지 않는 약간은 촌스럽게 보일지도 모를 정도의 단순하고 심플한, 옷단이 두툼해서 아주 차가운 칼바람이 아니라면 한 겨울은 그 옷 한벌로도 충분히 지낼 수 있는 검은색 옷 이었다.

이미 닳아빠질데로 닳아버린 외피는 보풀이 무시무시 할 정도로 일어나버려서 고색창연한 느낌을 넘어 입고 다니기에 조금은 부끄러울 정도까지 낡아버렸다. 내피도 외피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편이지만 상황이 그리 다르진 않다.

올해 초,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 롱코트를 없앴다.
아마 그 옷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 입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던것 같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그나마 약간이긴 하지만 수입이 지금처럼 아주 엉망진창인건 아니었기 때문에 너무나도 단순하게 생각해버렸던 것이 나의 실수 였다. (그리고 후회해도 별 수 없지만 그 롱코트를 버리도록 종용했던 사람에게 원망을 하고 싶은 기분이다) 어찌 되었건 롱코트 한벌을 구입해야겠는데, 쉽지가 않다.

요즘 세상에 10년은 입을 수 있을법한, 그다지 유행을 타지 않는 검은색의 롱코트라는 것이 아직도 팔릴 수 있는 세상인지 까진 잘 모르겠지만…

아주 오랫만에…

내가 좋아하는 동생 K군이 차를 처음으로 구입했다.
무척 기분 좋아보였고 녹녹하게 녹아든 입가의 미소가 나에겐 너무나도 좋아보였다. 소유하는것이 늘어날수록 속박이라는 것 또한 늘어나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그런것과는 관계없이 (혹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소유의 행복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자신의 세계가 넓어지게 되는 부분도 분명 존재 할 것이다.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에 시승을 하다가 갑자기 라디오가 듣고 싶어 아직 채널 셋팅도 되지 못한 라디오를 이리저리 돌려 들으며 왔다.

나중에 K군과 자동차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나도 기분이 좋다.

작업실에 돌아와 먼지가 푸욱 쌓인 라디오를 틀었다.
예전 라디오에 관한 짧은 일기를 쓴적이 있다.
그 후에 운 좋게도 성능이 좋은 새 전화기를 공짜로 얻을 기회가 생겼다. 그 뒤론 전화기로
라디오를 때리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몇달동안 아주 아주 조용했던 라디오가 움직인다.

그저, 그저… 그저 고마울 뿐이다.

괜히.

마미야 RB67로 촬영을 끝내고, 약간의 뒷풀이로 F5로 촬영을 했다.

\’어..??\’

평소엔 느끼지 못했지만 세삼 F5는 좋은 카메라 라는것을 느꼈다.
보이는게 잘 보이고, 민감하고 반응이 빠르다. 내가 \’음…\’ 이라던가 \’흐으음….\’ 이라던가 \’ …….. \’ 이라던가.\’ ! \’ 이라던가 \’ !!!!! \’ 이라던가 싶을땐 그것 그대로 받아 준다.

아직 현상은 못했지만, 대강 느낌은 온다.
어느쪽이 내가 더 원했었던 것인지.

추신 :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화질을 떠나서 핫셀이나 콘탁스 645같은 카메라들이 얼마나 좋은 카메라였었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핫셀은 가벼워서 너무 좋다. 아니면 차라리 대형 카메라 쪽이 오히려 내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린호프도 좋겠지만 지나 F2 정도면 최고 일듯 싶다.

고개를 숙이다.

혼자서 오도카니, 질그릇에 부어놓은 차가운 녹차 한사발 들이키고 싶다.

.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영문을 스스로 모른체 울컥 했다.

정말 갑자기 문득 생각난건데.

팩토리의 작업실엔 암실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세로 2미터 가로 2미터 정도 될까, 그 입구를 구성하고 있는 나무판에는
가끔 내킬때 사진을 붙여놓곤 한다.

그런데 아무런 이유 없이. 대강 대강 프린트 했던것들, 테스트 스트립들, 미스 프린트들, 작은 사이즈의 사진들을 마구 마구 붙여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잠시 동안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해 생각을 해 봤다.
처음엔 저러한 이미지들도 중요하게 인식이 되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음. 전혀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3~4% 정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또 뭐가 있을까. 아아… 왠지 조금은 알것도 같다.

그래서 조만간 이 공간을 채울 수 있도록 우드락에 얇은 코르크를 붙여놓은 싸구려 보드를 몇장 사서 붙여볼까 싶다. 접착력이 좋아야 할텐데 말이다.

사진들을 마구 토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접착력이 좋은 보드 위가 그 한계라는 걸 난 알고 있다.

Habit

대강 한두달 전쯤부터 사용하던 CDP의 리모콘에 문제가 생겼다.
내가 사용하는 기기는 본체엔 버튼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오직 리모콘으로만 조작이 가능하다. 당연하지만 음량조절도 그렇다.

어느 비오는 날 우산없이 비를 한껏 맞으면서 길거리를 주적주적 걸어가던 때가 있었다. 당연하지만 (?) 음악듣기 최고로 좋은 시간 중에 하나다. 아마 그때 빗물이 리모콘으로 흘러들어갔나보다. 그 다음날부터 음량조절에 문제가 생겼으니까.

고치기가 너무나도 귀찮아서 그냥 놔두었는데, 오늘 리모콘을 조작하다 너무 짜증이나고 무엇보다 짜증을 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게 귀찮아진 덕에, 완전분해를 해버렸다.

무감하게 드라이버를 돌려서 모두 들어내고 뜯어내고 속 알맹이가 보였다. 볼륨부위를 들어내고 천천히 무감하지만 조심스러운 느낌으로 정리를 하고 닦아주었다.

테스트 해보니 새것처럼 작동이 잘 된다. 기분탓이겠지만 음질도 예전에 비해서 조금 더 클리어 한 느낌이다.
두껑을 닫고, 무표정하게 드라이버를 돌리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5시간동안 연속으로 듣고 있다는걸 방금 눈치챘다. 이런건 오랫만인듯 한데, 아마 무의식적으로 난 음악을 들으면서 볼륨조절을 많이 했었던건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예전엔 음악듣다가 뭔가 귀찮아져서 꺼버렸적이 몇번이고 있었던것 같다.

아주 작고 사소한 수리행위였지만, 난 그 이상의 크고 부드러운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하루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하루종일

내 머리속 뇌수가 납물로 변해 버린체 하루종일
머리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

무엇 하나가 소멸해버렸다.

라고 느껴진다.

추석.

담배가 다 떨어진지 몇시간이 지났다.
담배피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밤중에 이런 사태가 발생할땐 참 난감하다. 바로 코앞에 있는 가계도 나가기가 귀찮아 진다.

밤 11시를 넘어서 털래털래 몸을 추스리고 담배를 사고 돌아오는 길 이었다.
나이는 30대 말에서 40대 초반, 약간 얇으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안경태가 반짝이고 있고 머리 숱이 풍성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적은건 결코 아닌, 약간 푸른빛이 도는 회색의 정장을 입고 있는 사내의 손에는 추석에나 어울릴듯한 느낌의 선물이 담겨있음직한 종이 백이 들려져 있었다.
주위를 한번 두리번 거리더니 그 사내 정면에 버티고 서 있던 여관 문속으로 \’스~윽\’ 하고 스며들어버렸다.

여러가지 상상들과 이미지들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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