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해서, 그간 미루어 두었던
선풍기를 꺼내어 청소를 했다.
먼저 안전망의 고리를 떼어내고, 망을 걷어낸 다음, 날개의 나사를 풀고
날개를 때어낸다. 뒷 망도 때어내고 모터 커버도 분해했다.
먼지가 시커멓게 올라와 있다.
실은 몇일 전 부터 꺼낼까 꺼낼까 싶었지만, 비도 오고 귀찮기도 하고
게다가 조금 덥긴 하지만, 진정한 여름이 오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뭐랄까… 선풍기를 꺼낸다는건 \’여름\’ 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부품을 모두 분해해서 물로 씻어내고 남은 먼지를 수세미로 깎아내고 얼마간 건조를 시켰다. 그리고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을 다 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돌리는 선풍기를 바라보면서 문득, 의어없게도 이런식으로 여름이 와버린건가 라는 생각이 들자 괜스레 피식거리는 웃음이 나올려고 한다.
정확한 여름 따위는 없다. 그건 어느것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느끼고,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판단하는 것이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
지금은 시원한 바람이 날 상쾌하게 해주고 있다.
추신 : 모기장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