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ter

눅눅하고 눅눅하고 눅눅하다.

머리속에 알알히 박혀있는 눅눅함이라는 것을 느껴본적이 있는가?

그것이 목 뒤쪽을 타고 흘러내려와 척추를 관통하고 팔과 다리까지
눅눅하게 만들어버린다.

시시껍절한 음악 역시 눅눅한 음악.
필름을 스캔하고 있는 스캐너에서 나오는 위잉. 즈으으으으, 끄끄꺼끅 하는 소리도 팔뚝에 스며들어서는 눅눅하게 만든다.

몸이 찌뿌둥해서 기지개를 한번 하고는 이내 눅눅한 몸이 돌아온다.
마치 밀물과 썰물 같다.

맥주를 마셔보기도 했지만, 여전하다.

담배가 다 떨어졌다. 바람을 지나 담배 두갑을 사고 돌아왔다.

입술은 굳게 닫혀있다. 언제든 부드럽게 열 수 있지만, 천근만근 입술은 무겁다.
여전히 스캐너는 나와는 관계없다는 듯 – 실지로 정말 관계는 없는 것이다 – 똑같은 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어디 남아있는 버본이 몇방울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힘내야지. 그래.

춥다..

바닥에 얼음이 깔려있고 코끝으로 느껴지는 공기는 시리다 못해 아릿한 느낌이다. 바람은 무척이나 차가워서 거의 손이 얼어버릴 지경이다.

카메라만 달랑 매고 필름을 주섬 챙겨선 그냥 나갔다.

하늘은 어둡고 불빛은 힘없이 아른거리고 있다.
너무 추워서 지하도로 다시 걸어들어 갔다.

무언가, 아릿한 느낌이 들면서 묵묵히 두 세장을 찍었다.

계속 걸었다.

무거운 공기.

말은 하고 있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주변은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로 가득 찬다.

말은 하고 있지만, 입은 다물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파반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당분간 조용히 지내고 싶다.

카메라 수리하다.

오랫동안 사용했던 카메라를 수리 했다.

조리개를 바꾸는 서브 다이얼, 셔터 스피드를 바꾸는 메인 다이얼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약 7~8여년의 세월동안 나와 함께 살면서 먹었던 먼지와 기름들이 원인이었다.

다이얼을 돌리다 보면 가끔 노출계가 1/3~1스텝 정도 튕기는 현상이 있었다. 원인은 대강 짐작이 갔지만, 사용할땐 큰 불편이 없어서 그냥 우악스럽게 계속 돌리면서 사용했다. 게다가 가끔 그런 증상이 있었고, 불편을 느낄정도가 아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난, 내 카메라를 누군가의 손에 만져지는 것을 싫어한 탓도 있었다. 당연히 누군가에게 분해 당하는 것 또한 대단히 싫었다. 설사 그게 수리라고 할 지라도.

하지만 이 증상이 1여년 정도 계속되다 보니 서서히 짜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급박하지만 민감한 노출을 정할시에 몇번 기회를 놓치는 일이 최근에 몇번 생기기도 해서, 큰 맘 먹고 (정말 큰 맘 먹어야 했다) 수리 할 생각을 했다.

‘X 카메라’ 수리점에 가서 견적을 부탁해 보았다.
조심스럽게 나의 의견을 이야기 했다. ‘제 생각엔 아마도 접점부위가 문제지 않을까 싶습니다. 클리닝을 하면 될듯 한데 어떻습니까?’ 라고. 그래서 나온 수리비(?) 견적은 대략 13만원이라고 했다. 상당히 놀란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다이얼 파트를 교체하면 얼마가 들겠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32만원? 36만원? 아뭏든 그 정도를 달라고 했다.

공손히 고맙습니다 하고 물러났다.

주위의 아는 지인중 한명이 서울에 A/S를 보낸다길레 같이 보냈다. 나중에 저녁한끼 사기로 하고. 그리고 오늘 카메라가 돌아왔다. 발송, 수리, 도착까지 불과 3일. 다이얼은 말끔하게 고쳐져 있었다. 옛날 바로 그 느낌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용한 탓인지 메인다이얼을 오른쪽으로 돌릴때의 반응범위는 왼쪽이 비해 짧긴 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이얼을 한 스텝씩 클릭 했을때,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만큼 노출계가 떨어지는 것을 보며, 진작 해줄껄 그랬나 싶어 오히려 카메라에게 미안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수리비가 얼마 들었냐고 물었더니, ‘무료’ 란다.
그래도 카메라 뜯고 클리닝 하고 하는게 ‘공임비’ 라는게 있는데 어째서 그럴수가 있냐 라고 (좋아라 하면서) 물었더니. 그냥 그렇게 해주었단다. 여러가지 사정이야 있겠지만. 기분 좋은 일이다.

‘X 카메라’ 수리점에 대해 원망을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다이얼 클리닝에 드는 공임비가 13만원(이것도 정확하지가 않다. 16만원 같기도 하다)이라는건 아무래도 심하지 않나 싶다.

지금 당장 손해를 보는것 같아도 장기적으로 볼때 그것이 오히려 더 이득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건 아닐텐데…

내가 너무 어벙하게 보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건, 카메라는 오랫만의 클리닝 덕에 기분 좋아 보였고, 나 또한 무척 기분이 좋았다.

김XX 군에게 대단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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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리듬을 들어도.. 눈물이 날때가 있거든

무엇을 하던 그건 너의 자유다.

무슨 행동을 하던 그건 너의 자유다.

이성이 있고, 감정이 있으니 그에 따르면 된다.

잔인한 짓을 했던, 따뜻한 짓을 했던, 누군가를 죽여버렸든.
이미 너의 자유다.

선택은 본인의 몫일 뿐이다.

짜증내지 마시오.

귀찮으니까, 짜증내지 마시오.

말짱히 아무런 기울임도 없던 나도 그런 짜증속에 있으면
나도 당신에게 짜증을 낼 수 밖에 없다오.

듣기만 하는것도 가끔은 지친다오.

가끔은 웃어보시오. 시커먼 핏덩이가 섞인 웃음 아닌,
녹녹하게 뭍어나는 웃음을 지어 보시오.

세상 힘들다고 투정만 부리지 마시오.
당신 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하루 하루 살기가 좆같다 하오.

바람 냄새를 맡고, 태양 빛의 향내를 몸 가득히 담고,
그렇게 웃어보시오.

따뜻한 차 한잔 내드리겠소.

고래.

문뜩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던게 기억이 났다.

깊은 수면, 빛도 들어 오지 않는.

그 속에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고래.

입으로 셔터 누르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

조용히 사진을 찍고 싶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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