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P를 이용한 갤러리가 내부적으로 약간의 문제가 생긴덕에, 상당히 귀찮음을 감수하고 업데이트를 했다. 제법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속도도 마음에 든다. 여기에 맞게 약간의 수정을 하고 몇번씩 테스트를 하고, 조금 피곤함과 눅눅함이 베어 나왔다.
우연찮은 마우스 조작의 실수로 레이소다를 들어갔다. 안 가본지 제법 상당한 시간도 되었고, 요즘 분들은 어떤 사진들을 찍고 어떤 사진들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가끔씩 상당히 좋은 작품들이 올라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몇번의 싫증난 클릭을 하면서 우연찮게 어떤 사진을 하나 보게 되었다. 답글들이 무려 111개나 되었다.
내가 보기엔 미학적인 면에 있어선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나름대로 그러한 개인의 감상을 타이포와 함께 잘 나타내주고 있었다. 나름대로 수긍을 하며 좀 흔한느낌이긴 하지만, 분명한 메세지 전달도 되었고, 전체적인 구성 또한 제법 튼튼하게 되어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대단히 거친 느낌이 조금 인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아주 적은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많은건 아니다. 비록 인터넷이긴 하지만, 웹 갤러리에 이렇게 전시를 하는 분들도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다른 분들의 감상은 어떨런지 답글들을 읽어보았다. 111개나 되는 답글들이니까 몇개정도만 훑어보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어느세 난 111개의 답글들을 차분히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나름대로의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나름대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이론이 있으며, 논리적인 전개속에서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저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나름대로의 생각과 나름대로의 정의와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그런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러한 일종의 시퀀스(난 시퀀스라고 말 하고 싶다)들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각자의 생각들 또한 그 기준에서 생각해본다면, 다들 틀린 이야기가 아니어서 전개되어가는 과정을 보는것은 상당히 흥미진진한 일이다. 모든것이 다 맞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토론의 마지막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파악하는것은 상당한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스 비극의 기본 구성방식과 동일한 느낌이 들때도 있다.
물론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편리한 것은 좀체로 잘 등장하지 않는다. 🙂
이런 종류의 일은 비단 사진에서만 발생되는 일은 아니다.
아주 가까히 생각해보면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이런 일은 이제 진부 할 정도로 너무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조금만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슷한 일을 반복하고 있다. 양상 또한 특별한 어떤 ‘사유’가 있지 않는 한, 대부분 비슷하기 마련이다.
지구 전체를 통틀어 법적으로 예술이라 인정받은 유일한 매체인 사진… 그때 프랑스 법정에서 치열한 논쟁끝에, 유일하게 법으로써 ‘사진은 예술이다’ 라고 인정받은 사진의.
그리고 사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타 매체에 대한 기본적인 열등감을 본듯한 느낌이 든다면, 내가 너무 앞서 생각한 것 만일까?
그것이 그림으로 표현되었다면, 다른 말이 없었진 않았을까? 오히려 그림으로 표현되기엔 차라리 너무 진부한 소재였진 않았을까? 사진은 현실의 재현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여서 그런 것 일까? 정말로 사진이라는 미디어의 ‘물리적 특성’은 현실을 충실히 재현하고는 있는것인가? 그래서 ‘사진을 찍는사람’이 ‘사진’과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그토록 성토를 하고 싶은것일까?
그런것은 보이면 안됩니다. 라고.
인간은 그토록 고결하기만 한 것일까?
미추엔 고하가 없다고 느끼는것은 내가 너무 순진하기 때문일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토론의 주제가 되었던 사진보다도 38배나 더 잔인하고 섬뜩한 느낌의 사진이 레이소다에 포스팅 되어있다. 그 사진은 부드럽고 잠잠하며, 아늑한 사진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잔인하고 머리칼이 주뼛 설정도로 섬뜩하다. 농담이 아니다. 작가의 역량이 대단한 사진이다.
111개의 답글들을 다 읽은 후에 담배 한모금 태웠다.
담배연기 속에 오는 쓴맛은 나를 상당히 불쾌하게 만들었다.
이런건 아닐진데….. 아주 오랫동안은 레이소다에 갈 일이 없을 듯 싶다.
아마 이것은 나 스스로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뜻이 되는거겠지? 그치?
명랑맞고나 한판 때리러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