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있다보면 어째서 이런 일들이 생기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무엇인가가 나를 휘감아버리는, 아니 그것보다 어쩌면 무감한 맛의, 밀도높은 공기가 나를 누르는듯한 느낌. 머리속은 어쩐지 잠시 어디다 두고 온듯한 미묘한 유체이탈감. 웅크린체 무섭고 슬프게 울부짓고 있는 동물같은 끊임없이 무엇가를 갈구하는 그러한 비린내 나는 체취.
미적지근한 선풍기 소리를 들으며 멀쩡히 무감하게 눈 떠있는 한 인간이 앉아있었다.
그렇게 있다보면 어째서 이런 일들이 생기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무엇인가가 나를 휘감아버리는, 아니 그것보다 어쩌면 무감한 맛의, 밀도높은 공기가 나를 누르는듯한 느낌. 머리속은 어쩐지 잠시 어디다 두고 온듯한 미묘한 유체이탈감. 웅크린체 무섭고 슬프게 울부짓고 있는 동물같은 끊임없이 무엇가를 갈구하는 그러한 비린내 나는 체취.
미적지근한 선풍기 소리를 들으며 멀쩡히 무감하게 눈 떠있는 한 인간이 앉아있었다.
가끔씩 재즈를 듣는다. 존 콜트레인도 좋고 빌에반스도 좋다. 가끔 눅눅한 편안함이 필요하다면 넷 킹 콜도 제법 괜찮은 선택이다.
비오는 날 재즈를 듣기위해선 두 가지 전재조건이 필요한데, 기분이 매우 클리어리 해선 곤란하다는것이다. 비오는 날이라도 그런 기분이 들때가 있는데, 조금 드물긴 하지만 대단히 멋진 경험이다. 그런 멋진 경험을 재즈들으면서 눅눅하게 만들고 싶진 않다.
둘째조건으로는 어찌되었건 조용해야 할것. 아무래도 돗대기 시장처럼 시끌벅적해선 좀 곤란하다.
가끔씩 브라운 찰스의 ‘I Don’t Know’ 이런거 들으면 실실 미소가 나온다. 궁금한 분은 한번 들어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왠지 이런 느낌이 드는 노래다. 아.. 뭔가 이렇고 저래서 그런것 같긴 한데. 에이… 잘 모르겠다. 어허 글쎄 잘 모르겠다니까. (이라고 말한 뒤에 엷은 미소 슬쩍 띄워주면 최고다)
라는 느낌이랄까.
어찌되었건, 비오는 날은 재즈 듣기 좋은 날이고, 그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단순반복적인 작업을 하기에 딱 좋다. 왜냐면 머리가 좀 멍해진달까… 그럴때 단순작업하면 제법 잘 된다.
요즘 들어서 단순하고 심플한 사고방식에 대한 향수가 있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든다.
오늘 날씨가 조금 쌀쌀해서 그런지 따근하게 데운 정종 한잔 마시면 좋을 일이다.
추신 : 맨 마지막 음악으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So What’을 듣고나면 머리가 대단히 복잡해져 버린다.
7년 정도 나와 함께한 네이비 블루의 구질구질한 카메라 가방이 하나 있다. 그다지 멋있지도 않고, 후질그레하게 마치 싸구려 개나리 봇짐같은, 부들부들하고 튼튼한 그런 가방.
카메라를 들고나가면 어디든 항상 함께였다. ‘같이 걸어다니다 보면’ 가방과 내가 한몸이 된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비교적 오랜세월동안 가방을 들고다니면서 나의 몸을 거스르지 않고 자신의 모양이 나의 몸에 맞추어진 듯한 느낌이 들떄가 있다.
약 한달전쯤 7년만에 가방을 빨았다. 그야말로 ‘시커먼 물’들이 밑바닥도 보이지 않을정도로 진하게 우려나왔다고 한다. 난 그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그 시커먼 우려진듯한 구정물들. 그 세월동안의 흔적과 내가 걸어갔던, 걸어왔던 길들에 대한 세월의 흔적들이 가방에 내려앉는다. 내가 찍은 사진들과 함께 검은물로 우려낸 세월과 사진들.
뭐… 그런 센치멘털한 생각이 들었다.
가방을 빨때 어깨패드도 같이 빨았는데, 세제가 패드에 흡수되서 끈적끈적해져버렸다. 아직 1, 2년은 충분히 더 쓸수 있을듯 한데, 도저히 복구 불가능 상태가 되어 7년동안 나의 어깨를 보호해주었던 패드를 버렸다.
오늘 시내에 나간김에 은행에서 약간의 돈을 찾아서 새로운 패드를 하나 구입했다.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돌아와서 어깨끈에 패드를 장착하고 어깨에 매어보았다. 역시 편안했다. 하지만 뭔가 어쩔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는걸까.
그냥 별 말 없이 ‘고스란히 내 어깨위에 얹혀진’ 버려진 패드가 약간 그리웠다. 그리고 마치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애기같은 패드를 보면서 약간 빙그레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앞으로 네가 나와 함께 할 녀석이구나. 앞으로 잘 부탁한다. 라고.
길들여지지 않은 뻑뻑하고 억센 새 패드가 달린, 오랜 나의 가방을 매곤 그렇게 미소지었다.
몇일전 미놀타의 최신 필름 스캐너인 Elite 5400을 받았습니다.
대단히 멋져버린(!) 슬림한 디자인과 튼튼하고 견고한 외장, 정확히 필름을 안배 할 수 있는 훌륭한 캐리어, 5400dpi라는 실로 놀라운 광학해상도, D-max 3.8의 비교적 높은 농도재현력등이 인상깊었습니다만…
이런 훌륭한 하드웨어 스팩을 가지고 있는 스캐너를 콘트롤 해줘야 하는 DiMAGE Scan 스캔 프로그램은 개인적인 감정과 함께 대단히 심하게 말하자면 대단히 훌륭한 하드웨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쓰레기에 가까운 스캔 소프트웨어였습니다. 심지어 스캐너 프로파일 자체마져도 지원하지 못하는 대단히 초보적인 프로그램입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가(대단한 자긍심과 자존심을 가진듯한 느낌의) 이 프로그램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였을지 상상이 됩니다.
흑백스캔시 ‘아주 깔끔하게 무너지는 쉐도우’는 둘째치고서라도, 슬라이드 스캔시에 색이 거의 ‘변조’되어 나올정도의 결과를 보고 놀라움을 금할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괜찮은것은 컬러 네가필름의 경우 상당히 깨끗하고 우수한 결과를 매우 쉽게 만들어주는것이 오히려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전 이 스캐너를 다시 처분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했습니다만, 몇달전 실버패스트 미놀타 스캐너 라인업에 대한 대대적힌 베타테스트가 있었다는것이 기억났고, 수소문을 해 프로그램을 구해 간단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LS-40ED의 퀄리티를 ‘간단히 능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베타버전이기 때문에 파이널 스캔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프리뷰 화면만 보더라도 결과에 충분히 만족할 정도였습니다.
아직 베타버진이기도 하고 최적화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은상태에서 기본값으로 이정도 나온다면, 제대로 만들어진 스캔데이터로 작업을 하게 된다면 어쩌면 Nikon 4000ED의 퀄리티를 상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예전 4000ED용으로 만들었던 데이터를 Import시켜 스캔을 해봤는데, 결과는 완전히 엉망이었습니다. 근본적으로 데이터 생성방식이 대단히 다른것이 아닌가 하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실버패스트의 베타버전에 대단한 만족감을 느끼고, 이 스캐너의 처분을 무기한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보통 베타테스트에 들어가면 정식 릴리즈가 나오기까지 통상, 제법 시간이 걸리는 실버패스트이기 때문에 그 동안 스캔을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해 대단히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실버패스트 포럼에 들어가보니 대단히 기쁜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주 중 Elite 5400용 실버패스트의 정식 릴리즈가 공개된다는 소식입니다.
혹시 Elite 5400을 구입하실 분들께서는 꼭(!) 실버패스트를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단언하지만, 실버패스트 구입을 생각지 않으신다면 Elite 5400구입 자체를 신중히 검토하셨으면 합니다. 차라리 LS-40ED를 구입하는것이 오히려 맘 편할지도 모릅니다.
저도 실버패스트 정식릴리즈 후 Elite 5400 구매 예정자들을 모아 공동구매를 추진 할까 합니다.
예정 가격은 40만원대(C클래스)일것으로 추측됩니다. 만약에 LS-40라인인 D클래스로 나온다면 20만원 후반대로 추측이 됩니다.
운송료와 관세 등 기타 부대비용을 포함한다고 해도 30만원 중반 혹은 40만원 후반대로 될듯 합니다.
관심있는 분께서는 e-mail이나 전화 연락주십시오.
대화중 잠시간의 진공상태가 생길때가 있다.
자연계에서는 기압차가 많이나는곳으로 갑자기 올라갈때의 이명이 생길때가 있다. 사람사이의 어떠한 것도 아마 그러한 부분이 있지 않나…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해를 하기도 한다.
한밤중에 셀렉팅을 하고 있었다.
하다가 갑자기 문득 깨달은게 있다.
그리고 잊었던것이 있었다.
아아… 그래………
그래…… 그랬었지…
눈 깜짝할사이에 8월이 다가온다.
내가 태어난 달. 8월에 태어난 사람의 수호성은 태양, 수호자리는 사자자리. 상징하는 꽃은 해바라기 라고 한다.
7월은 나에게 있어서 알수없는 무감한 젤리가 나를 감싸고 있는것 같았다. 그속에서 내가 움직이면 젤리도 같이 물컹물컹 거리면서 움직인다. 담배꽁초는 한없이 쌓여만 가고 무감한 공기는 눅눅한 습기만을 주었다.
7월달에 내 주위엔 몇가지 작은 일들이 있었다.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나와는 간접적인 연결이 되어있는 그런 일들이다.
좋은 일이냐 하면 좋은 일은 아니고, 나쁜 일이냐 하면 그것이 또 꼭 나쁜일만은 아닌것이다.
새로운 것이라 해도 결국은 비슷한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고 같은것을 반복할수밖에 없는… 그런건 아닌가 하고.
8월 2일은 6번째 전시회를 하게 된다.
준비하는게 이만저만 일이 많이 드는게 아니라서 상당히 힘들다.
평소 나의 게으름을 탓할수 밖에 없다.
예전에 찍었던 필름들을 대강 훑어 보면서 필름스캔을 하고 있는동안 문득…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은, 회색의 필름이 문뜩 떠올랐다.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은,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은, 아무것도 표현되지 않은 회색의 필름.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전달하고 무엇을 표현할수 있으랴.
그러기에 회색의 필름은 언제까지고 무한히 완성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