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ter

밤샘.

어쩌다보니 여러가지 일로 밤샘을 하고나서 몸이 추우욱 늘어진 상태로
아침을 맞고… 오랫만에 목간이나 갈까 싶은 마음에 필요한 몇가지 것들을 챙기고 목간탕엘 갔다.

대강 편하게 입고 나간 옷과… 아무렇게나 신은 신발.
아침녘에 나갔을땐 아침 특유의 쿰쿰함과 싱그러움. 그리고 햇볕의 냄새가 나의 몸을 지나갔다.

일요일 아침이기에 지나가는 골목에는 사람하나 없었다. 주섬주섬 걸어나와서 도로를 지나 육교를 건너서 가는 동안 자동차를 제외하곤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 아침 시간에 도시 전체중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걸어다니는듯한 느낌..

아침에 사람이 거의 없는 목간탕은 정말 좋다.
혼자서 비어있는 탕에 물을 풀고 물을 휘저으며 온도를 맞추고. 물이 어느정도 차오른후에 몸을 푹 담궈주는 그 맛이 참 좋다.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고 수염을 깎고 때도 밀고… 다시 샤워하고 다시 탕에 들어가고 조금 열이 오른다 싶으면 냉탕에 있다가 그냥 거울보면서 멍하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탕에 있기가 좀 지친다 싶으면 바깥에 있는 차가운 물한잔을 마시면 왠지 몸이 프래쉬해진다. 그리고 또 탕에 들어간다. 그렇게 있다보면 어느세 2시간은 후딱 지나가 버린다.

빳빳하게 말린 깨끗한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몸에 남아있는 물기를 털고 다시 옷을 주섬주섬 입은후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서 바나나우유를 하나 샀다. 갈려던참에 빨대를 잊어버려서 다시 돌아가 빨대 하나를 얻어서는 은박두껑 위에 ‘톡’하고 찔러넣는다. 그 조그만 빨대속에서 올라오는 바나나우유.. 특히나 목간탕에 막 다녀온후에 몸에서 아직도 김이 오를것 같은 그런 프레쉬한 상태에서의 바나나 우유의 맛은 최고다.

아직 마저 남아있는 일을 처리하고 이제 잠시 눈을 좀 붙여야겠다.
지금은 오전 10시 5분이다.
오늘은 조금은 행복해도 괜찮을것만 같은 그런 날씨다.

이제.. 난 잠을 좀 자야겠다. 잠을. 좀 자야겠다.

Bud

난 맥주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특히 여름에 마시는 맥주라는것은 나에겐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몇 안되는 기쁨이고 행복이다.

여름이 오는걸 난 여러가지로 느낄수야 있을것같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타고갈때 창문을 열면 그때 들어오는 바람냄새라던지, 풀잎의 색깔이라던지(왠지 조금은 징그러운듯한 그 녹색 말이다) 정오의 열기라던지 그런게 있겠지만.. 내가 진정으로 인정하는 여름의 기준은 바로..

조금 이른저녁 혹은 느즈막한 저녁쯤에 마시는 맥주가 맛이 있으냐 없느냐이다.

그 맛이 있다 없다에 대한 기준은 그 첫모금을 목구멍을 거쳐 위장으로
떨어지면서 그 싸아한 맛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목 뒷덜미를 지나서
뇌속으로 강하게 혹은 은근하게 쳐올라올때…….. 이겠지만.

역시 사람이 중요하다.

여름 아니면 맛볼수 없는 맥주맛…
좀 유치하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난 맥주를 좋아해서 여름을 좋아하는건지
여름이 좋기 때문에 맥주를 좋아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
뭐 아무렴 어떻냐만.

추신 : 맥주야 어찌 되었건.. 아뭏든 난 여름이 좋다.
         시체로 썩어버리거나 마르지 않는 해바라기를 볼 수 있어서 좋다. 난 해바라기 환자인것 같다.

바람 좋은날.

어느 겨울이었다.
난 가끔씩이긴 하지만 다대포를 가곤 한다.
특별히 뭐 절경이다! 라던지 뭔가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간적은 없었던것 같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곳이 있다는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살다보니 몇몇 사람들도 만나고, 좋아하는 곳을 보여주고 싶어서 같이 간적이 있다.

그때마다 그 바다는 나에게 말을 해주는것 같았다.
갈때마다 항상 바다는 그 모습이 달랐다.
그야 전혀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왠지 앞으로의 일을 암시해주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버린다.

그리고 지금껏 그다지 틀린적은 없었다.
한동안…. 아니 제법… 오랫동안 못가본것 같다.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같이… 감기덕분에 끙끙거리면서 시체처럼 자고 일어나서 눅눅한 공기냄새 그리고 하늘을 보고 있다보면.
가고싶다는 흔적이 은근히 먼지처럼 가라앉는다.

언젠가는……
언젠가.

바람 좋은날.
좋은 사람과 단 둘이서 조용히 가고 싶다.

오춘기.

숨을 아주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아주 깊게 내쉬었다.

그리고…. 한숨 한번.

특별히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다던지 그런건 그다지 없다.

오춘기인가…. 싶기도 하다.

오춘기와 사춘기의 차이가 어떤거야도 물으면 뭐라고 말할지
알수 없겠지만…..기분이랄까… 마음 상태는 사춘기때와 비슷한듯 하다.
그렇다고 부모님과의 대화단절이라던지 다른 사람과의 대화창구를 닫아버린다던지. 그렇게 하진 않겠지만.
옛날 내가 어렸을적의 기분이 무척 흡사하다.

유약하고 감성적이며 어디고 갈곳 없는… 그런 방향들.이라던지
그런것들이 왠지 내가 사춘기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들이다.

어떤 생활의 잔혹함이라던지 혹은 무료함이라던지. 그러한 것들도
왠지 조금은 다른 공기로 느껴져버린다.

내가 어렸을적. 사춘기때의 나 자신이 지금의 날 보고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저 지금은 무언가를 계속 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왠지 그렇게 하노라면 이런 유약한 감정같은건 어느정도 접히기 마련인것이다.

근본적으로 뭔가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같은건 잘 보이지 않는다.

짧막한 여행이라던지. 좋은 사람을 만난다던지. 뭔가 몰두하는 일을 한다던지….. 그렇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근본적인 어떤 통쾌함 같은건 바랄수 없다.

조금정도는 밝게사는것도 좋을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던지 나쁜일이
생기진 않을텐데 말이다.

뭔가 표현하고 싶은것이 사라진 느낌이다.

생각의 순서.

오늘, 어제, 현재, 모두.

가람이 집에서 자다.

알고 지낸지 제법 된 (몇년째 알고 지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정도로)
가람군네 집에 갔다 제법 오래된 사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쩐 일인지 가람이녀석 집엔 한번도 간적이 없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가지 않게 되었던것 같다. 겸사겸사 dagero에 간김에 녀석의 집에서 일박을 했다.

새벽 4시쯤 녀석의 집으로 가는 길에 아파트 공터 (명색이 놀이터였지만)에서 그네를 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하늘은 이브클렝 블루에 가까운 코발트 블루였다.
그다지 내가 좋아하는 색은 아니다.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산에서는 나무냄새 풀냄새 흙냄새 여름냄새가 날 어지럽게 했다.

그리고
가람이 집에 들어가 잠을 잤다.

Dagero에 가다.

아시는 분이 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가람군네 가계엘 놀러갔습니다.

여러가지 일들도 제법 쌓여있었고. 뭐 뒷골도 무척 땡겨버려서 머리도 멍한것이 쭈뼛쭈뼛 뻗어버리는 느낌도 들고 했습니다만.

결국 음…. 갈까 말까 하다가. 역시 가봐야 겠지 하는 마음에 가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담배를 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또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담배를 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혀 특별할것 없는 그런 평범한 날이었지만.

언젠가 갑자기 이 날이 조금은 그리워지지 않을까…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추신 : 가람아. 돈가스 맛있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릴리의 방을 나섰을 때는 피가 쏟아지는 왼팔만이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유리컵의 얇은 파편을 주머니에 넣고 안개가 자욱한 도로를 마구 달렸다. 집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거대한 생물에게 통째로 삼켜져 그 내장 속을 빙글빙글 도는 동화 속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번 걸려 넘어지고 쓰러졌다. 그 때마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유리가 잘게 부수어졌다.

빈터를 가로지르는 도중에 풀숲으로 쓰러졌다. 넘어진 채젖은 풀을 씹었다. 쓴맛이 혀를 찔렀고, 바로 그 떄 풀 위에서 쉬고 있던 작은 벌레가 입 속에 들어왔다.

벌레는 까칠까칠한 가는 다리로 내 입 안에서 몸부림쳤다.

손가락을 입 안에 집어넣어 꺼냈더니, 등에 무늬가 있는 둥근 벌레가 침에 젖어서 기어 나왔다. 곤충은 침으로 젖은 다리로 미끄러져 가면서 풀 위에 내려앉았다. 벌레가 할퀴어 놓은 잇몸을 혀로 쓰다듬고 있는 동안 풀 위에 맺혀 있던 이슬이 내 몸을 식혀 주었다. 풀냄새가 전신을 감싸면서 몸에 가득 찼던 열이 서서히 땅으로 서며드는 것을 느꼈다.

줄곧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하고 풀 위에 누워서 생각했다.

그것은 분명하다. 밤에 느긋하게 병원 정원에 앉아 있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거대한 검은 새는 지금도 날고 있고, 나는 쓴 풀이라든가 둥근 벌레와 함께 태내에 갇혀 있다. 돌맹이처럼 굳어 버린 이 나방처럼 몸을 딱딱하게 하지 않는 한 그 검은 새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주머니에서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잘게 부수어진 유리 파편 하나를 꺼내 묻어 있는 피를 닦았다.

곡선이 완만한 작은 유리 파편은 밝아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비추고 있다. 하늘 아래로 병원이 가로로 누워 있고, 그 너머로 가로수와 마을이 있다.

그림자처름 비치는 마을은 그 능선에 미묘한 곡선을 만들고 있다. 그 속선은 비가 내리는 비행장에서 릴리를 죽이려고 했을 때 천둥과 함께 한순간에 불타 희뿌옇게 보이던 곡선과 같은 것이다. 파도가 쳐서 어렴풋이 보이는 수평선과 같은, 여자의 하얀 팔과 같은 부드러운 곡선. 지금까지 줄곧 나는 끊임없이 이 하얗게 보이는 곡선에 둘러싸여 있었다.

가장자리에 피가 묻어 있는 유리 조각은 새벽 공기에 물들어 투명에 가깝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다.

나는 일어나서 아파트를 향해 걸어가면서, 이 유리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자신이 그 완만한 하얀 곡선을 비추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비치는 그 부드러운 곡선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늘 끝이 밝아지면서 유리 파편은 이내 흐려졌다. 새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이제 유리 파편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아파트 앞 포플러나무 아래에는 어제 내가 버린 파인애플이 구르고 있다. 잘려져 젖어 있는 곳에서 아직도 냄새가 배어 나온다.

나는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새를 기다렸다.

새가 훨훨 날아와 따뜻한 빛이 이 곳까지 닿는다면 길레 뻗은 내 그림자가 그 회색의 새와 파인애플을 감쌀 것이리라.

무라카미 류 –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中

아아. 상태 영 별로 입니다.

살다보면 혹은 시간이라는게 절벽에 서있는 사람을 은근히 절벽쪽으로
밀어버리듯 뭐 그렇게 되다보면 여러가지 일들이 생겼다가 지나가고
그리고 그 흔적이 남곤 한다.

뭐…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 흔적이라는게. 바로 5분전의 흔적이라던지. 10초전의 흔적이라던지
10년전의 흔적이라던지. 어느 순간 ‘어라. 잘 모르겠는걸’ 이렇게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복잡한건 역시 딱 질색이다.
머리아픈것도 질색이다.
역시 단세포라 그런지 단순한게 좋다.

뭐 무엇보다도 여러가지 자잘하고 자잘스러운 환경이라던지
혹은 환경변수라던지 뭐 그런것들이 가끔씩
‘어랏?’ 이럴정도로 크게 작용이 되어버리는수도 있다.

정말 짜증난다 그럴땐.

다… 내 잘못이다. 그래… 다 내 잘못.

뭔가 파앗!하고 머릿속을 상큼하게 만들일 없을까.
코끝의 향기가 알싸하게 눈알이 알싸하게 그런 상큼한..
그런 싱그러운 일 없을까.
아아… 눅눅한건 지겹다.

또.. 뇌수이야기 지만…….
전번엔 아이스티 였지만.
이번엔 음…. 아주 깨끗하고 정갈한 물로 뇌를 한번 세척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쳇… 여전히 쓸데없는 이야기다.

추신 : 생리하는건가. 아니면 오춘기라도 온건가.
         왜이렇게 이유없이 짜증나고 예민하고 그런걸까나…
         이유를 원인을 알면 어떻게든 해볼텐데… 이거야 원…
         그냥 넉놓고 당하는것밖에 안되다니…
         그냥 당하는걸 고스란히 느끼는것 밖에 못하다니..
         이건 정말 언어도단이다… 쳇… 원인이니 이유니..하면서 말야.

바람과 나

끝, 끝없는 바람
저 험한산 위로 나뭇잎 사이 불어가는

아, 자유의 바람
저 언덕 넘어 물결같이 춤추던 님

무명무실 무감한 님
나도 님과 같은 인생을
지녀 볼래
지녀 볼래

물결 건너편에
황혼에 젖은 산끝보다도 아름다운

아, 나의 님 바람
뭇 느낌 없이 진행하는 시간따라
하늘위로 구름따라

무모 여행하는 그해.
인생은 나.
인생은 나.

노래 : 송창식 – 바람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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