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달이 이뻤다.

달에 드리운 뿌연 안개가 지상의 것이 아니라 우주의 것 같았다.
선연하고 창백하고 너무나 밝았다.

사람 홀리는 달이다.
터무니 없을 정도로 야하다는 느낌도 들고 동시에 처연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입에서 조용히 욕이 나왔다.
씨발 이러니까 사람이 홀리지.

그리고 말 없이 몇 촌가를 계속 고개를 꺾어 봤다.
무척, 슬펐다.

이렇게 조용한 가운데 어깨의 카메라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조용히 억누르고 그냥 조금 더 봤다.

꼭, 그러고 싶었다.

길에서 돌아오는 동안에도 계속 그 달이 떠나지 않는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꾹 눌러 담았다. 단 한 방울도 허투루 다루고 싶지 않았다.

달이 이뻤다.

도착해서 담배를 한 대 피우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비명을 지르던 카메라는 침묵과 함께 썩은 웃음을 지으며 나를 멀겋게 보다가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안타깝고 안타까워 도무지 이 마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버거웠다. 단순한 돌 덩어리 하나 찍지 못했다고 큰일 날 일 같은 건 있지 않다. 있어서도 안된다. 하지만 나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학교 다닐 때 동아리를 하나 만들었는데, 지금도 이어지는진 모르겠지만 당시 제일 하고 싶은 말을 캐치프레이즈로 만들었다. 단순하다.

‘사진에게 자유를’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든다.

사진에게 자유를, 이전에 나는 언제 사진으로 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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