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저차 이리저리 해서 결국 다녀왔습니다.
예상했던데로 벚꽃은 그곳에서 피어있었고, 꼬치구이 마차에서 올라오는
훈제 닭 냄새가 순간 코를 확 찔렀지만. 왠지 시립미술관 앞에서
풍겨오는 그런 냄새마저도 왠지 싫치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뭔가 폐부를 칼로 으깨어자른듯한 통증같은 것과는 조금 거리가 멀지만
관람을 다 한뒤로는 약간은 몽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것은 전체 실루엣은 옆얼굴로 되어 있고
‘눈’만 정면을 그려저 있던 수집점의 ‘거대한’ 작품들 속에선
숨쉬기가 어려웠습니다.
첨엔.. 뭐지…… 뭔가 이 사람 내적으로 불만이라던지 토하고 싶은게
많은가보군. 혹시 결백증 환자같은거 아냐? 라는 생각이
쉽사리 들고 말았지만. 그것은 결국 자기 스스로에게 향한
연민같은것이라는걸 왠지 ‘느껴버렸을땐’ 왼쪽 입술을 살짝올려친
씁쓸한 미소가 남아버렸습니다.
수없이 토하던 얼굴둘 머리가 어지러울정도로 박혀 있던 정면을
향한 빤한 눈, 사람 몸뚱아리 속에 있던 또 하나의 몸뚱아리.
‘몽정’ (작품 제목중에 몽정이라는 제목이 있었습니다만…………)
그런것들에 한참 둘러쌓여서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싫치 않은 기분이었어요.
뭔가 강렬하게 훅! 하고 올라오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토록
거칠고 강렬한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조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 칸을 거쳐 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한
작품들이 즐비하게 늘어저있었습니다.
나의 취향과 비슷한것도 있고 그다지 맞지 않은것도 있었지만.
뭔가.. 느낀것 같습니다.
‘이 사람들, 지독하게도 잔인하고 연약한 사람들이구나’ 라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잡아서 졸라매고 쥐어짜내는것을 느낀것입니다.
하지만.. 그런생각이 들자마자 갑자기 또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라, 이거……. 난가?’ 라고
숙연한 빛이 감도는 두꺼운 한지위에 아주 무척이나 모든 어둠을
빨아들여 조려놓은듯한 검은색의 그림들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먹의 농담으로 표현된 일그러진 얼굴들의 사람들
얼굴들, 그리고 눈만 뻔히 남아있던 얼굴들.
숨이 막힐것 같았습니다.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도대체 왜 이토록 집요한거지?’
‘자기 자신을 이렇게까지 괴롭힐수 있는건가’
그 썩어버린 듯한 멀건…그리고 깊은 검은색 눈동자 속에
그리고 그 눈을 중심으로 처저나가는 공기감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시 걸어가자… 역시 비슷한 재료를 사용했지만
‘톤’은 전혀 다른.. ‘포옹’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들어왔습니다.
남, 녀가 다 벗은체로 서로를 고무찰흙이 된 마냥 부드럽고
따스하게 감사고 있었습니다.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한쪽 다리가 위태스럽게 보입니다.
두사람의 얼굴은 서로의 얼굴에 가려서 ‘눈’을 볼 순 없었지만
왠지 그 ‘눈’이 보일것만 같습니다.
순간… 깊은… 깊고도 깊은 한숨을 쉬고 말았습니다.
약간 눈물이 나오려고 하다가….. 그 위태스런 한쪽 다리를 보고는
한숨을 한번 더 쉬며 눈물을 눈알 속으로 다시 우겨 넣었습니다.
제가 오늘 본 시립미술관은 온동 ‘눈(目)’들이었습니다.
나름대로 감상적인것을 거친후에 사진과 연관하여 생각도 해보고
이것이 어떻게 표현이 되어저가는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곰곰히 생각을 해 봤습니다.
난 계속 사진만 찍고 있기에 미처 내가 느끼지 못했던 어떠한 것들
어떻게 보면 비슷하지만 전혀 느낌이 다른…..
느낌이 비슷하지만 전혀 표현이 다른.. 그러한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정말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뭔가 접속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진은 사진대로 좋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떠한 ‘틀’ 혹은 ‘한계’라고 말 할수 있겠지요.
하지만 난 좀더 다른걸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정확하게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어렴풋이 손끝으로 느릿하게 흘러가는 감촉을 느꼈습니다.
관람을 다 마치고 바깥에 나왔습니다. 미칠정도로 담배가 피고싶어졌습니다.
하늘도 높고, 아까봤던 벚나무도 여전하고, 꼬맹이들은 열심히
롤러 브레이드를 타며 꺅꺅거리고 있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그토록 가깝에 보이는 하늘인데 말입니다.
이제 전 약속시간이 다 되어 가는군요.
이만 일기를 마치고… 가봐야 될것 같습니다.
오늘, 여러분 하루는.. 어땠나요.?
그런걸 가끔씩 느끼곤 한다.
요컨데 주변을 휘이이익 둘러보면.. 느껴진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라는건 참으로 좁은 거군..이라고.
방대한 세계를 전부 알고 싶진 않치만. 그렇다고 이렇게
좁아터진 내 주위의 세계에 만족해 하는건 더더욱 아니다.
뭔가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내실을 기울여야 된다고 말들 하지만.
뭔가 뛰쳐나가고 싶다.
아아…
생각같아서는… 머릿통 속에 있는 뇌수를 죄다 뽑아버리고 싶은
욕망이 잔뜩 들곤 한다. 하지만 하지 못한다.
왜냐고?
그럼 죽으니까.
뇌수를 뽑고서도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건 없을까?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있을것 같다.
비밀리에 돌고있는 주문같은게 있어서 그 주문을 걸면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다…라던지….
왠지 있을것만 같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자면.
내 자신이 충분히 작지 못해서 나의 세계가 좁을수도 있고
내 자신이 충분히 크지 못해서 나의 세계가 좁을수도 있고
라는 따위의 말장난 따윈 전혀 하고 싶지 않다.
피곤한 일이다.
뭔가 시원한 아이스 티(Ice Tea) 같은건 없는걸까.
혹시 지금 나의 뇌수는 핫 티(Hot Tea)혹은 왐 티(Warm Tea)같은걸로
잔뜩 채워저 있는건 아닐까?
앗.. 여기까지 적고 보니… 뇌수가 아이스 티로 되어버린다고 해도
그다지 행복할것 같진 않다.
계속 차갑기만 해선 재미가 없다.
뇌가 얼어붙을지도 몰라.
젠장.
어제 완전히 풀타임으로 밤샘을 하고 아침을 대강 챙겨먹고는
뻘건 토끼눈으로 학교엘 갔다.
졸면서 수업듣고, 수업들으면서 졸고.
(우유곽의 여행은 아직도 계속된다는 류의 꿈을 꾼것 같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비몽사몽상태에서 어두운 강의실을 나오니
바깥의 햇살이 너무나도 화창하다. 젠장할.
여전히 피어있는 벚꽃이 피곤에 푸욱 쩔어있는 나의 가슴속에
갑자기 ‘찡~’하면서 들어와버렸다.
왠진 모르겠지만 난 벚꽃을 보면 항상 생각나는게 있다.
퇴폐적, 섹시함, 청초함, 섹스, 꽃놀이, 정종, 시체, 화석
뭐 이딴것들이 생각나버리는것이다.
일본에서는 시체가 있던곳에 벚나무가 자란다던지, 어렸을때에
벚나무위에서 하던 섹스장면을 봤다던지 하는것이 컸겠지만.
뭐랄까. 눈이 부시도록 하얗고 보드라운 분홍빛은 왠지 위에서 말한
그런 이미지들이 느껴지곤 한다.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결에 흔들거리는 벚꽃잎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바람냄새와 햇살가득 담긴 공기를 상상해보자.
그런데 갑자기 위에서 말한 이미지들이 떠오르고 마는것이다.
아아. 피곤하다.
잠온다. 자고 싶다.
이번주 토요일은 미술관엘 다녀와야 겠다.
조각들도 보고 싶고 말야.
그곳에서 벚꽃이 피었겠지…
가는 김에 꽃놀이라도 할까부다…
혹시라도 좋은 인연이라도 생길지 누가 알아?
아시는 분은 알고 있겠지만
최근에 난 거의 사진을 찍지 않고 있다.
카메라 가방도, 카메라도, 트라이포드도 쳐박아둔체
가끔 과제나 할때 촬영하곤 했었다.
어제 간만에 촬영하려 카메라 가방을 주섬 주섬 챙기는데…
후드만 달랑 남아있고… 나의 Nikon 50mm f/1.4D 렌즈가 사라졌다.
그 사이에 촬영은 한적이 없었고 마지막으로 카메라 가방을 메고
나간후엔 틀림없이 렌즈가 있었건만….
blur의 노래 coffee & TV의 뮤직 비디오처럼 (그 뮤직 비디오에서는
우유곽에 발이 달려서 여러가지 모험을 하는 이야기 이다.)
렌즈도 발이 ‘생겨서버려서’ 여러가지 모험을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야 물론 내가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어찌된게 하필이면… 나의 사진의 거의 80%이상을 만들어주었던
50mm 렌즈가 없어지고 만것이다.. 뭐랄까.. 음..
안구가 빠진듯한 굉장한 허허로움이 나의 팔과 머리와 눈알에
스며들어버린것이다.
어찌 되었건…
혹시나 나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장기 임대 해갔다고 생각하는 분은
자진해서 몰래 렌즈를 가져다 주길 바란다… (라곤 해도.. 뭐…)
어찌 되었건 사진찍는 놈이 렌즈 분실이라는건 정말로 수치다..
아아…
괴롭다… 돈도 없는데…..
3월 23일 또 하나의 연작을 업데이트 했다.
One sunday….
가벼운 기분으로 짧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분은 그리 가볍진 않다.
거의 즉흥적으로 만들었다. 계획에 없던것이긴 하지만.
이런것도 나름대로 괜찮은듯 하다.
그다지 할 말은 없다.
봐주시는 분들께서 잘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dummy [dʌ́mi] n.
① (양복점의) 동체(胴體) 모형, 장식 인형.
② 바꿔 친 것[사람]; (영화의) 대역 인형.
③ (사격․권투․미식 축구 따위의) 연습용 인형, 표적 인형.
④ 모조품, 가짜; (젖먹이의) 고무 젖꼭지((미국) pacifier); 〖제본〗 부피의 견본(pattern volume); 레이아웃 견본.
⑤ 명의뿐인 사람(figurehead), 간판 인물, 로봇, 꼭두각시, 앞잡이.
⑥ 〖카드놀이〗 자기 패를 까놓을 차례가 된 사람; 빈 자리.
⑦ (구어) 바보, 멍청이; (속어) 벙어리; (속어) 모조 헤로인.
⑧ 【미국】 (옛날의) 무음(無音) 기관차.
⑨ 〖컴퓨터〗시늉, 가상(假想), 더미(어떤 사상(事象)과 외관은 같으나 기능은 다른 것).
♣beat [flog] the ∼ (미국비어) (남자가) 자위(自慰)를 하다.
♣double ∼ 〖카드놀이〗 2인 공석의 whist.
♣sell [give] the [a] ∼ 〖럭비〗 공을 패스하는 체하여 적을 속이다.
†dummy [dʌ́mi] a.
가짜의(sham), 모조의; 앞잡이의; 가장한; 명의(名義)상의; 가공(架空)의; 〖카드놀이〗 더미의.
┈┈•∼ foods (진열용의) 견본 요리.
┈┈•a ∼ company 유령 회사.
┈┈•a ∼ horse 목마.
┈┈•a ∼ director 명의(名義)뿐인 중역[이사].
┈┈•a ∼ cartridge 공포(空包).
†dummy [dʌ́mi] v.
―vt. 〖제본〗 부피 견본을 만들다(up); 모조품으로 보이다(in).
―vi. (속어) 입을 (꽉) 다물다(up).
‡mutter [mʌ́təːr] n.
중얼거림; 투덜거림, 불평.
‡mutter [mʌ́təːr] v.
―vi. 『∼/ +전+명』 중얼거리다; 불평을 말하다(at; against).
―vt. 『∼+목/ 목+전+명』 속삭이다; 투덜투덜하다.
┈┈•∼ against a person 아무에 대하여 불평을 하다.―vi.
┈┈•∼ threats at a person 아무에게 목소리를 죽이고 협박하다.―vt.
㉺∼er ―n.
㉺∼ingly ―ad.
"난 당신이 하는 말도 머리 모양도 싫어요. 차를 모는 방법도 쳐다보는 눈길도 싫어요. 무식하게 큰 장화도 싫고 내 속을 들여다 보는 것도 싫어요. 날 화나게 하는 당신이 싫어요. 사실을 말해도 싫고 거짓말을 해도 싫어요. 날 웃겨도 싫지만, 울릴 땐 더 싫어요. 곁에 없는 것도 전화를 안하는 것도 싫어요. 그중에서도 제일 싫은 건 당신이 싫지 않은 거예요. 하나도, 정말 하나도 좋은 게 없어요."
아침 6시에 잠을 청하고 11시 30분에 일어났다.
뭉글뭉글 어떤놈이 사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었다.
고마운 녀석.
쉐이빙 크림을 턱에 바른 후 수염을 깎고 (난 질레트 마하3의 팬이다.)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했다.
뭔가 몸이 가볍지가 못하다. 무겁고 몸도 물 먹은 솜뭉치 처럼 눅눅하고
무겁기만 하다.
머리를 글적이며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간다.
지하철 제일 뒷칸에 서서 운전석 바깥에서 뒤로 도망가는 철로를
말 없이 물끄러미 지켜 보기만 했다.
수업시간에 늦을것 같다. 뱃속이 더부룩해서인지 아랫배가 무척 무겁다.
겨우 겨우 시간에 맞춰 교실에 들어갔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높다. 특히 문대는 정말 멀다.)
그러나 조금 후에 들리는 소리.
‘오늘 휴강입니다!’
한숨….
터덕 터덕 내려왔다.
학교 동아리 모집 부스들이 깔려있고, 사물놀이 패들이 뛰어다니고
저마다 신입회원 모집에 흥청거리는 싫치않은 분위기들.
좀더 내려왔다. 학교 예술마당 앞에서 등록금 투쟁 집회가 열리고 학교 응원단이 공연을 하고 그 앞에 모여 있는 수 많은 학생들과 웅성거리는 소리. 축제는 아니건만 축제같은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학생들의 표정은 가지각색. 하지만 어딘가 웃는 모습들이 간간히 보이는듯 하다.
잠시 보다가. 돌아가려든 참에
빨간색 블록으로 쌓여진 창백한 화단 위에 피어있는 벚꽃.
그제서야 난 겨우… 느낄수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난 봄이 온것을 지각했다.
따뜻한 햇살, 캠퍼스의 미적지근한 열기.
그러나 난 아직 겨울.
봄이 오길 바란다. 봄이 오길.
2002년 3월 21일 오후 2시 4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