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완전히 풀타임으로 밤샘을 하고 아침을 대강 챙겨먹고는
뻘건 토끼눈으로 학교엘 갔다.
졸면서 수업듣고, 수업들으면서 졸고.
(우유곽의 여행은 아직도 계속된다는 류의 꿈을 꾼것 같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비몽사몽상태에서 어두운 강의실을 나오니
바깥의 햇살이 너무나도 화창하다. 젠장할.
여전히 피어있는 벚꽃이 피곤에 푸욱 쩔어있는 나의 가슴속에
갑자기 ‘찡~’하면서 들어와버렸다.
왠진 모르겠지만 난 벚꽃을 보면 항상 생각나는게 있다.
퇴폐적, 섹시함, 청초함, 섹스, 꽃놀이, 정종, 시체, 화석
뭐 이딴것들이 생각나버리는것이다.
일본에서는 시체가 있던곳에 벚나무가 자란다던지, 어렸을때에
벚나무위에서 하던 섹스장면을 봤다던지 하는것이 컸겠지만.
뭐랄까. 눈이 부시도록 하얗고 보드라운 분홍빛은 왠지 위에서 말한
그런 이미지들이 느껴지곤 한다.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결에 흔들거리는 벚꽃잎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바람냄새와 햇살가득 담긴 공기를 상상해보자.
그런데 갑자기 위에서 말한 이미지들이 떠오르고 마는것이다.
아아. 피곤하다.
잠온다. 자고 싶다.
이번주 토요일은 미술관엘 다녀와야 겠다.
조각들도 보고 싶고 말야.
그곳에서 벚꽃이 피었겠지…
가는 김에 꽃놀이라도 할까부다…
혹시라도 좋은 인연이라도 생길지 누가 알아?
아시는 분은 알고 있겠지만
최근에 난 거의 사진을 찍지 않고 있다.
카메라 가방도, 카메라도, 트라이포드도 쳐박아둔체
가끔 과제나 할때 촬영하곤 했었다.
어제 간만에 촬영하려 카메라 가방을 주섬 주섬 챙기는데…
후드만 달랑 남아있고… 나의 Nikon 50mm f/1.4D 렌즈가 사라졌다.
그 사이에 촬영은 한적이 없었고 마지막으로 카메라 가방을 메고
나간후엔 틀림없이 렌즈가 있었건만….
blur의 노래 coffee & TV의 뮤직 비디오처럼 (그 뮤직 비디오에서는
우유곽에 발이 달려서 여러가지 모험을 하는 이야기 이다.)
렌즈도 발이 ‘생겨서버려서’ 여러가지 모험을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야 물론 내가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어찌된게 하필이면… 나의 사진의 거의 80%이상을 만들어주었던
50mm 렌즈가 없어지고 만것이다.. 뭐랄까.. 음..
안구가 빠진듯한 굉장한 허허로움이 나의 팔과 머리와 눈알에
스며들어버린것이다.
어찌 되었건…
혹시나 나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장기 임대 해갔다고 생각하는 분은
자진해서 몰래 렌즈를 가져다 주길 바란다… (라곤 해도.. 뭐…)
어찌 되었건 사진찍는 놈이 렌즈 분실이라는건 정말로 수치다..
아아…
괴롭다… 돈도 없는데…..
3월 23일 또 하나의 연작을 업데이트 했다.
One sunday….
가벼운 기분으로 짧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분은 그리 가볍진 않다.
거의 즉흥적으로 만들었다. 계획에 없던것이긴 하지만.
이런것도 나름대로 괜찮은듯 하다.
그다지 할 말은 없다.
봐주시는 분들께서 잘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dummy [dʌ́mi] n.
① (양복점의) 동체(胴體) 모형, 장식 인형.
② 바꿔 친 것[사람]; (영화의) 대역 인형.
③ (사격․권투․미식 축구 따위의) 연습용 인형, 표적 인형.
④ 모조품, 가짜; (젖먹이의) 고무 젖꼭지((미국) pacifier); 〖제본〗 부피의 견본(pattern volume); 레이아웃 견본.
⑤ 명의뿐인 사람(figurehead), 간판 인물, 로봇, 꼭두각시, 앞잡이.
⑥ 〖카드놀이〗 자기 패를 까놓을 차례가 된 사람; 빈 자리.
⑦ (구어) 바보, 멍청이; (속어) 벙어리; (속어) 모조 헤로인.
⑧ 【미국】 (옛날의) 무음(無音) 기관차.
⑨ 〖컴퓨터〗시늉, 가상(假想), 더미(어떤 사상(事象)과 외관은 같으나 기능은 다른 것).
♣beat [flog] the ∼ (미국비어) (남자가) 자위(自慰)를 하다.
♣double ∼ 〖카드놀이〗 2인 공석의 whist.
♣sell [give] the [a] ∼ 〖럭비〗 공을 패스하는 체하여 적을 속이다.
†dummy [dʌ́mi] a.
가짜의(sham), 모조의; 앞잡이의; 가장한; 명의(名義)상의; 가공(架空)의; 〖카드놀이〗 더미의.
┈┈•∼ foods (진열용의) 견본 요리.
┈┈•a ∼ company 유령 회사.
┈┈•a ∼ horse 목마.
┈┈•a ∼ director 명의(名義)뿐인 중역[이사].
┈┈•a ∼ cartridge 공포(空包).
†dummy [dʌ́mi] v.
―vt. 〖제본〗 부피 견본을 만들다(up); 모조품으로 보이다(in).
―vi. (속어) 입을 (꽉) 다물다(up).
‡mutter [mʌ́təːr] n.
중얼거림; 투덜거림, 불평.
‡mutter [mʌ́təːr] v.
―vi. 『∼/ +전+명』 중얼거리다; 불평을 말하다(at; against).
―vt. 『∼+목/ 목+전+명』 속삭이다; 투덜투덜하다.
┈┈•∼ against a person 아무에 대하여 불평을 하다.―vi.
┈┈•∼ threats at a person 아무에게 목소리를 죽이고 협박하다.―vt.
㉺∼er ―n.
㉺∼ingly ―ad.
"난 당신이 하는 말도 머리 모양도 싫어요. 차를 모는 방법도 쳐다보는 눈길도 싫어요. 무식하게 큰 장화도 싫고 내 속을 들여다 보는 것도 싫어요. 날 화나게 하는 당신이 싫어요. 사실을 말해도 싫고 거짓말을 해도 싫어요. 날 웃겨도 싫지만, 울릴 땐 더 싫어요. 곁에 없는 것도 전화를 안하는 것도 싫어요. 그중에서도 제일 싫은 건 당신이 싫지 않은 거예요. 하나도, 정말 하나도 좋은 게 없어요."
아침 6시에 잠을 청하고 11시 30분에 일어났다.
뭉글뭉글 어떤놈이 사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었다.
고마운 녀석.
쉐이빙 크림을 턱에 바른 후 수염을 깎고 (난 질레트 마하3의 팬이다.)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했다.
뭔가 몸이 가볍지가 못하다. 무겁고 몸도 물 먹은 솜뭉치 처럼 눅눅하고
무겁기만 하다.
머리를 글적이며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간다.
지하철 제일 뒷칸에 서서 운전석 바깥에서 뒤로 도망가는 철로를
말 없이 물끄러미 지켜 보기만 했다.
수업시간에 늦을것 같다. 뱃속이 더부룩해서인지 아랫배가 무척 무겁다.
겨우 겨우 시간에 맞춰 교실에 들어갔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높다. 특히 문대는 정말 멀다.)
그러나 조금 후에 들리는 소리.
‘오늘 휴강입니다!’
한숨….
터덕 터덕 내려왔다.
학교 동아리 모집 부스들이 깔려있고, 사물놀이 패들이 뛰어다니고
저마다 신입회원 모집에 흥청거리는 싫치않은 분위기들.
좀더 내려왔다. 학교 예술마당 앞에서 등록금 투쟁 집회가 열리고 학교 응원단이 공연을 하고 그 앞에 모여 있는 수 많은 학생들과 웅성거리는 소리. 축제는 아니건만 축제같은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학생들의 표정은 가지각색. 하지만 어딘가 웃는 모습들이 간간히 보이는듯 하다.
잠시 보다가. 돌아가려든 참에
빨간색 블록으로 쌓여진 창백한 화단 위에 피어있는 벚꽃.
그제서야 난 겨우… 느낄수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난 봄이 온것을 지각했다.
따뜻한 햇살, 캠퍼스의 미적지근한 열기.
그러나 난 아직 겨울.
봄이 오길 바란다. 봄이 오길.
2002년 3월 21일 오후 2시 42분.
새학기가 시작되었다고 말들 한다.
한 학년이 올라갔다고 말을 한다.
새로운 대학 생활이 시작되었다고 말을 한다.
복학했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어느것 하나 별 반 다른것이 없다
시작이 되었던 올라갔던 무엇이 되었건 간 나에겐 차이가 없는것이다.
전화로 그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구나. 오늘 어땠어?
라는 문안 전화가 오곤 했었다.
‘응, 그냥 좋아.’
‘그래? 잘 되었네요, 시작이 좋으면 끝까지 좋을꺼에요.’
‘그래 그랬으면 좋겠구나.’
‘네 저두 그러길 바래요.’
‘건강하니?’
‘네.’
‘그럼…. 다음에 보자.’
무엇이 되었건 간…. 나에겐 그다지 별반 다를께 없다.
그다지 좋을것도 나쁠것도 없다.
다만 한가지 바라는 것은 정말, 진심으로 바라는것은
주위에 쓸떼없는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기운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종종 그런것을 ‘몸’으로 느껴버릴때가 있다.
귀신이야기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닌게 아니라
정말 도무지 전혀 쓸모없고 쓸데 없는 기운이라는게 느껴저버리는것이다.
그런 기운들. 일례로, 어떤 사람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가스가 그렇게 느껴질때도 있는것이다.
그냥 조금 조용히 지내고 싶다.
이런 저런 소모적 일에 소모적 에너지를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묵묵히 그리고 조금은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데로
태양이 뜨면 태양이 뜨는데로, 달이 뜨면 달이 뜨는데로,
그렇게 조금은 흐물거리고 싶다.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를 쓴다는것… 물론 그것도 나름대로 좋고
중요한 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나에게 있어서는 버거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전에도 그리고 최근에 자주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지만.
정말이지 입닥치고 살고 싶다. 그걸 하기 힘들기에 이런 소리를
자꾸만 하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눈을 막아 보지못하고, 귀를 막아 듣지 못하고, 코를 막아 냄새를 느끼지 못하고, 입을 막하 말하지 못하게 하고, 피부의 신경세포를 몽땅 뽑아내서 감촉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뇌수를 뽑아내어 생각을 못하게 하고. 그리고 나서 사진을 찍고 싶다.
가능만 하다면야 그렇게 하고 싶다.
아직… 갈길이 산천만리 처럼 멀게 느껴진다.
어제 친구가 결혼했는데요. 식장으로 걸어들어가는 친구 뒷모습 보면서 막 울었어요, 왠지 아주 헤어진다는 느낌이들었거든요
으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헤어지지 않고 살순 없을까 하구요.
후후훗
아저씨는 저 보다 좀더 사셨으니까 그만큼 헤어진 사람들도 많을꺼에요. 그쵸?
그랬겠지
그래두,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
아저씬 더 이상 헤어질 사람이 없는것 처럼 보여요.
만남을 간직한다는것은 불가능해. 언제나 헤어짐으로 완성되기 나름이야.
그래도 헤어지는건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