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말을 한다.
난 그 사람이 한 말에 대한 대답을 한다.
그 사람은 부루퉁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아… 오해했군.’
그래서 난 약간의 답답함과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그 오해에 대한 해명이라던지 다시 말한다던지 그러고 싶진 않았다.
그냥 그것은 그것대로 놔두어 버렸다.
그 사람은,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론 아직 어린애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슬픈것은.
이러한 것 자체가 슬픈것이다.
머리복잡한 ‘이해’관계는 확실히 귀찮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뭐.. 가끔은 예전에 찍은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듯 합니다.
97년도 (였던듯 합니다) 가을(였던듯 합니다)에 과제한다고 설렁거리면서
자갈치엘 갔었는데. 과제는 찍지않고 저런 엉뚱한것만 찍었던것 같습니다.
엉뚱한….것 이었던가요.?
키쿠지로의 여름을 봤다.
과연. 키쿠지로의 여름을 보았다.
기타노 다케시의 출연이기때문에 본것이 크긴 하지만.
흠…
그냥… 별 내용 없이. 어떻게 보면 조금 한심스러운 면도 보이는 영화..
하지만. 난 ‘키쿠지로’의 여름을 보았고, 왠일인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가슴한구석 답답해지는 나의 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리는것 외엔 뭔가 다른걸 할 수 없었다.
황량한 넓은 백사장, 파도, UFO, 문어, 폭주족, 깡패, 수영, 뭐 그런것들이 뱅뱅 돈다. (본 사람은 알것이다)
전혀 유쾌한 영화는 아니었다.
무엇인가 나를 좀더 답답하게 만드는 영화였지만.
동시에 핀셋으로 물렁한 고무 찰흙을 집으려는 기분과 비슷한..
그런 느낌….
그래서 좋았냐 나빴냐. 라고 물으면.
난 좋았다.
여름은 이제 끝났다.
그제 날짜로 조그만 홈피를 오픈했다.
막상 내용은 그리 알차진 않치만 이리저리 시간이 많이 들었다.
실질적으로 ‘구축’하는데 있어서는 그리 시간이 걸리진 않았지만
제작 이외에 여러가지 전혀 관련없는 쓸데없는 일들이 겹치고
눌리고 귀찮게 만들고 의욕상실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정신적으로 틈이 날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손을보고 수정하고 고치고 데이터를 모으고 공부를 하고 결국
완성했다. 비록 반쪽짜리 완성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미흡한것이 많다. 자료도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눈에 잡히는
‘결정적’인 무엇인가가 부족하다.
역시 시작한 일이라면 잘 하고 싶다는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일것이다.
나도 그다지 다르진 않다.
특별히 큰 욕심은 없다. 금전적이로 무척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슴속에는 움틀거리는것들이 아직 느껴진다.
조금씩 복잡하게 말하기 시작하면 한도끝도 없이 계속 선문답처럼 이어질 이야기 꺼리가 되겠지만 지금은 그다지 그러고 싶진 않다.
그냥 담배 한대 태우면서 비오는 창밖 보면서 연기를 내뿜고 그저 잘되길 바라는 그런 마음 뿐이다.
최소한 필름값 때문에 사진을 못찍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것 아닌가.
비록 내가 돈을 벌기위해서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이 일이 다른 사진찍는 사람들과 디지털 포토쪽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조그만 힘이나마 보탬이 될수 있다면 좋을일이다.
추신 : 올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태풍은 안올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렇게 되는건가 싶은 약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태풍이 오라고 굿이라고 해야할까.
선물입니다.
부르고 있어 가슴 어딘가 안에서
언제나 마음이 들뜨는 꿈을 꾸고 싶어
슬픔은 셀수 없이 많지만
그 너머에서 분명히 당신과 만날 수 있어
잘못을 되풀이 할 때마다 사람은
단지 푸른 하늘의 푸르름을 알아
끝없는 길은 계속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이 양 손은 빛을 품을 수 있어
작별을 할때의 조용한 가슴
제로가 되는 몸이 귀를 기울여
살아있는 신비함 죽어가는 신비함
꽃도 바람도 도시도 모두 같아
부르고 있어 가슴 어딘가 안에서
언제나 몇번이라도 꿈을 그리자
슬픔의 숫자를 모두 말해버리는 것 보다
같은 입술로 살짝 노래 부르자
닫혀가는 추억의 그 안에서 언제나
잊고 싶지 않은 속삭임을 들어
산산조각으로 깨져버린 거울 위에도
새로운 풍경이 비춰져
시작되는 아침 조용한 창문
제로가 되는 몸이 채워져가
바다의 저편에서는 이제 찾을 수 없어
빛나는 것은 언제나 여기에
내 안에서 찾을 수 있었으니까..
이 음악을 누군가에 들려주었더니…
눈에 눈물이 조금 맺혀있는체, 담배를 한대 물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잔인하군’
From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中 엔딩곡 ‘언제나 몇 번 이라도’
이리저리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보면 (설령 그 일이 시간이 적게 걸리고 해도 밀도가 높은 일이라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기관지 아래쪽부터 십이지장을 지나 위속까지 바짝바짝 마르는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 뭔가 결과물이 나와주면 좋을텐데 해결책이라던지 결과물은 아직까지 첩첩산중이고, 왠지 ‘걸어가야 될 길이 멀다’라는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하면 괜스레 차가운 물 한모금 마시고 털털거리면서 하늘한번 보고 담배한대 피우면서 시간을 보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기운이 난다 싶으면 다시 달려든다. 그리고 또 지치고 또 차가운 물 한모음을 찾고 담배 한모금을 태우고 하늘한번 쳐다보고 또 쉰다.
뫼비우스의 띠라던지,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이라던지 그런것 까진 아니라도 계속 반복하다보면 제법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옛날엔 그다지 신경질적이거나 짜증을 자주내는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엔 자잘한것들이 날 짜증나게 만든다.
그래도 좋은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것은 좋다.
무덥지근한 여름속에서 시원한것들은 참 좋다.
맛있는것을 먹는것도 좋다.
차갑게 식혀진 송글송글 이슬이 맺혀있는 맥주 한모금도 좋다.
사진을 거의 한달넘게 찍지 않고 있다.
가람이가 얼음 주머니를 만들었다.
시원한 느낌에 몸이 스르륵 풀린다.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팥빙수를 먹으러 갔다.
작업실을 나서서 국제시장 빙수골목까지 너털너털 걸어갔다.
약간은 무덥지근하지만 바람은 낮의 끈적임보담 훨씬 상쾌한 느낌이었다.
3명이서 자리를 잡고, 늘 가던 빙수집에 아줌마 얼굴을 보며 눈인사를 했다.
‘빙수 3개 갈아주세요’
서걱서걱 하는 소리, 그때 불어오는 여름 밤 특유의 바람냄새
말없이 빙수를 먹었다.
그릇을 달란다. 더 주겠다는 말이다.
그것도 시원하게 먹었다.
먹는 도중 잠시 멈추고 주위를 봤다.
오른쪽 다른 빙수집에 앉은 여자 손님 둘, 백열등 불빛때문에 피부가 멋지게 보인다. 화장품 가계도 있고 뒤엔 사람들이 계속 지나간다.
손님이 없는 빙수집에서는 빙수 한그릇 들고 가라고 행인에게 소리친다.
바람은 좀더 선선해졌다. 무척 부드럽고 달큰하고 담백한… 그런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피부에 와 닿는 공기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담배 하나를 물고 다시 터벅 터벅 걸어서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
바람은 날 행복하게 해 주었다.
여름엔 팥빙수가 맛있는 계절이다.
어제 술을 아침까지 아주 과하게 마시고 (그런데도 전혀 취하지도 않고 잠도 전혀 와주질 않았다) 어떤 사람이랑 해운대 백사장을 타박타박 걸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침에 조깅하는 사람들(외국인도 다수 있었다) 모래를 해변가에 퍼부어 모자라는 모레를 채워주는 불도저들, 어딘가 전혀 조깅할것 같이 안보이는 어떤 아주머니처럼 보이는 사람이 출렁출렁 뛰어가는 모습.
정체를 알 수 없는 중학생정도의 꼬맹이들이 빤히 쳐다보고 가는 모습. ‘수영금지’라는 깃발이 힘없이 펄럭이는 모습.
앉았다.
내 옆사람은 휘파람을 휘휘불면서 있었다.
담배가 떨어져 답답해 하다가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서 담배한갑을 사서 입에 물었다. 맛이 좋다.
조금씩 해가 오르고 (해운대에서는 해오름이 보이지 않는다) 하늘빛도 변해간다.
옆사람은 갑자기 알러지가 있다면서 콧물을 흘렸다.
"무슨 알러지가 있는거죠?"
"아. 피곤하면 콧물이 나오기도 해"
"특이한 알러지군요"
단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몇억만가지의 파란색들이 눈앞에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어딘가로 걸어간다.
8명정도 되는 일행중에 물에 빠진듯한 느낌의 귀여운 여자가 젖은 머리칼과 주적주적 젖어있는 원피스 옷을 바라보면서 왠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에 또 하늘이 변했다.
머리를 높이 쳐올려 바라보니 정면으로 바라봤을때의 하늘색과는 또 다른 정말 눈이 아픈 파란색이 들어왔다.
난 담배를 물고 있었다.
옆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록키를 휘파람으로 부르기도 했고 나는 잘 모르는 흘러한 옛 팝송을 흥얼거리며 노래하기도 했다.
‘유리 조각이 하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해운대 바다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