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ter

죽고 난 후

만약 윤회가 있다고 하면 난 일본이나 그리스의 우아하고 고고한 새하얀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 이름은 샤샤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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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가 있지만,  몇해 전 부터 음악을 셔플로 듣던 중 우연히라도 토니 타키타니의 음악의 첫 음만 들려도 바로 스킵 했었으나 지금은 그냥 조용히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의지 따위완 아무런 관계 없이,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처음 그 음악을 마주 했을때의 기분과 지금은 그닥 달라진게 없을 정도로 지독한 음악인것은 여전하였고 어떤 영속성을 가진 것들은 대체로 이런 것들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 알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마치 찰나와 같은 시간이 지난 후 그 냄새와 온도와 무게는 끈적 거리는 흔적만 남긴체 시속 1cm의 속도로 우주를 걷는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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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i guru de va Om

그래. 이런 사랑도 있었지.

자신이 어느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깊은 침착함과 고요가 내면에 자리 잡는다. 긴장을 풀고 모든 것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있다. 아무도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새로는 성질과 차원의 사랑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생물학적인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친밀함에 가장 근접한 사랑이다. 내가 친구사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이유는 \’고정된 관계\’라는 말속에서 사람들이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홀로 있지 않으려고 애스는 모든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인생은 근본적으로 혼자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홀로 있다는 것을 잊게 해주는 게 아니라 홀로 있음을 인식하는 일이다.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 진다.

진정한 사랑에 좌절이란 없다.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하지 않은 사랑에 충족감이란 없다. 그 안에는 뿌리 깊은 기대감이 있어서 무엇이든 부족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 기대감은 너무나 커서 아무도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진실하지 못한 사랑은 언제나 좌절을 불러온다. 진정한 사랑은 늘 충족감을 느낀다.

사랑은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기 보다는 함께 느끼는 것이다. 사랑은 종종 어렵고 힘든 일일 수 있다. 어렵고 힘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이따금 무관심일 수도 있다. 무관심한 것이 도움이 된다면 무관심해야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또한 몹시 냉정한 것이기도 하다. 냉정할 필요가 있으면 냉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필요하든지 사랑은 그것을 배려한다. 지나친 간섭을 하지 않는다. 가짜 욕망을 채워주지 않는다. 독이 되는 관념을 실현시켜 주지 않는다.

– 오쇼

특별한 것 없었던 평범한 하루 였다.

무척 무더운 날씨다. 천천히 걸으면 느슨한 땀이 속눈썹을 타고 눈물샘으로 들어가고 끈적한 등을 타고 흐른다. 사진을 몇장인가 찍었다. 되도록 f5.6 이상 조이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미끌거리는 미지근함을 풍기는 풍경이 너무나도 평범하게 널부러져 있는 곳을 사십분 조금 넘게 걸어 출구로 나왔다. 출구의 마지막엔 정말 희안한 것이 나를 보며 웃음 지었다. 그것은 마치 악 같았고 생명 같았으며 감옥 같았고 장난감 우주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꽃이 아니었다.

십 몇분 가까이 몇십컷을 찍었지만 도무지 그 느낌이 나지 않는다. 찍으면 찍을수록 그 느낌에 분명히, 확실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새겨가듯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리 찍어도 그 완전한 느낌에 다가 가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은연 중에 느끼고 대략 이런 느낌이었던거지, 라며 마지막 셔터를 눌렀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일 첫번째 컷과 마지막 컷, 이 둘이 어쩐지 더 좋았다.

파랗고 누런, 선명한 하늘 빛이 만들어낸 거대한 여름 잎사귀의 표면은 이름 모를 벌레가 철두 철미하게, 심지어 어떤 규칙성을 짐작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방에 구멍을 내 놓은 형태로 투과된 태양빛이 만들어 낸 것은, 마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남자의 어떤 상이 떠올랐다.

그늘 밑에 들어서면 제법 시원하다. 바람이 불고 얇은 나의 반발티의 속을 헤집고 지나간다. 텁텁하고 상쾌한 기분이 동시에 인다. 음악은 Presence 로 시작하여 베토밴 9번 4악장의 중반부를 넘어설때 쯤 식당엘 들어갔다. 손님은 나 외엔 없었다. 조용하고 마음에 드는 음악이 나온다.

중앙의 자리에 앉고 내부 전체 공간을 몇초간 훑으며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한다.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어째 물을 주지 않는다. 셀프인가 싶어 찾아봤지만 그런 이야기는 없다. 조금 목이 말랐지만 왠지 귀찮아졌다. 실내를 살짝 돌아보고 다시 자리에 앉은지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트레이에 주문한 음식이 담긴 채 테이블에 놓였다. 나를 왼손잡이로 생각 한 걸까, 숟가락과 젓가락이 왼쪽에 놓여 있다. 다시 오른쪽으로 옮기려는데 나무 젓가락이 젖어 있다. 게다가 물에 오랫동안 넣었거나 건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걸까, 검은색의 얼룩의 형태를 봤을때 그 젓가락이 어느 정도의 수심에서 오랫동안 있었는지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쌀은 탄력이 떨어지고 풍미가 엷다.
기억 나는 건 바질 향 정도.

값을 치르고 다시 길에 오르는 중
땡볕속을 천천히 한걸음씩 걸어내어가며 담배 한대를 전부 태워낸 꽁초를
땅에 무단 투기 하고 발로 밟하서 끈 것을 확인한 후
다시 하수구에 착실히 꽁초를 밀어 넣었다.
쓸쓸했다.

이어폰을 다시 귀에 쑤셔넣고 음악을 resume 했다.

오, 벗들이여! 이러한 선율이 아니오!
우리들은 좀더 기쁨 노래를 부르자
환희에 넘치는 노래를!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꽃과 같은 빛남,낙원의 딸들이여,
우리는 광휘에 취해 천사의 성역에 발을 들여 놓는다!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것들을
신비로운 당신의 힘으로 다시 결속시켜 놓으리라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어라,
당신의 온유한 날개가 머무는 곳에서.

눈이 무겁다.

희안하게도 육년간 제대로 된 태풍은 단 한번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태풍이 올때마다 갔었던 그 곳은 이젠 다른 곳이라고 해도 무방하게 되어버렸다.

올해는 과연 태풍이 올까. 설령 온다고 한들 이제 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와 함께 갈 수 있게, 될 것인가.

끝이 보이질 않았고, 하루 하루 나를 죽여가며 마지막 숨통을 끊어가고 있었다.

목표도, 바라는 결과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헤메이다가 혼자 외롭게 쓸쓸히 썩고 말라서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무엇을 한다고 한들 그것이 무엇을 한다라는 느낌 조차 들지 않는 곳에서 필시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을 할 뿐.
나에게는 너무나도 가치 없고 나약하게 만들어진 질이 잘든 약간의 도구가 나의 전부일뿐.
죽음의 직전에 나를 지탱케 하는 사람이 있음에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을 계속 하고 그렇게 의미 없는 것을, 애매한 것과 모호한 것을 악착같이 갈망함에
나는 푸념하지 않으리.

白虎野의娘

먼 하늘 둥글게 날리는 꽃의 떠들썩함에 그 날과 그 날을 넘어온 분기가 눈을 뜬다
아지랑이에 몸을 빌려 길을 가리키는 처녀를 쫓아
높은 곳에 나타난 이름도 모르는 광야는 그립게도

그것이 꿈에서 보였던 거리라고 그림자가 속삭였다
올 날도 올 날도 몇천의 분기를 넘었을 때
어두운 곳의 현인이 버린 날들을 모아서
바닷가에 바닷가에 이름도 모르는 불꽃을 피웠다


용암이 요설에 불을 뿜어올려 버려진 들판에 선 사람을 축복해
고요한 고요한 처녀의 시야에
본 적 없는 도시에 등을 밝힌다

높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타오르는 불 같은 구름 모양
그 날과 그 날과 그 때에 잃어버린 길을 보이고
반복되는 꿈-에 부는 바람을 쫓을 때를 지나
강가에 강가에 본 적 없는 더없는 행복의 꽃을 본다

용암이 요설에 불을 뿜어올려 버려진 들판에 선 사람을 축복해
고요한 고요한 처녀의 시야에
본 적 없는 도시에 등을 밝힌다
용암이 요설에 불을 뿜어올려 버려진 들판에 선 사람을 축복해

고요한 고요한 처녀의 시야에
본 적 없는 도시에 등을 밝힌다

취함을 마셔라, 사람들이여,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여, 아름다운 잔이여.
취함은 어찌하여 무한과 아름다운 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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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어
꽃이
꽃이 피었어
심하게 바람에 떠는
누구도 본적 없는 꽃이
피어있었어

꽃이 피었어
꽃이
꽃이 피었어
심하게 바람에 떠는
누구도 본적 없는
꽃이 피어있었어
아마

꽃이 꽃이 피었어
꽃이
꽃이 피었어
본적 없는 꽃이 피어있었어

꽃 같은 거 없어
그건
있을 리도 없다고
생각했더니
했더니 그랬더니

했더니 꽃이 있었어
누구도 본적 없는 보일 리도 없는
필 리도 없는 꽃이 피었으니
거기에 역시
거기에 분명히
거기에 거기에 있어
꽃이 피었어
꽃이
꽃이 피었어
심하게 바람에 떠는
누구도 본적 없는 꽃이 피어있었어

시작 부분을 보곤 일단 멈췄다.

그 사진들은 내가 스물 한살때 찍힌 것들이였다.
Plus X 필름, Nikon F2에 105mm 렌즈물려서 찍은 것이다.
현상은 노멀, 2스톱 오버 노출.
난 이것이 참 좋았다.
Nikon F2는 4년전 로스 엔젤레스의 전당포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그 사진가는 지난 주까지 샌 프란시스코에서 살았었다.
그는 내가 만난 최악의 사람이었다. 혹은 어쩌면 최고였다. 어느 쪽인지 아직 확신 할 수 없다.

당신은 당신의 실수로 부터 배울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내가 만든 최고의 실수였다.

그는 나에게 장대한 장관이였고 소중했던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나는 그의 기네비어였다.
그게 무슨 뜻이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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