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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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로 돌아가보니 쌍둥이는 정어리 통조림 같은 모양으로 나란히 침대에 누워 쿡쿡 웃고 있었다.

\”어서 와요.\”
\”어디 갔다 온 거죠?\”
\”역.\”
나는 넥타이를 풀고, 쌍둥이 사이로 파고들어 눈을 감았다. 몹시 잠이 왔다.
\”어느 역인데요?\”
\”뭐하러 갔다 왔나요?\”
\”먼데 있는 역이야. 개를 보러 갔었지.\”
\”어떤 개?\”
\”개를 좋아해요?\”
\”하얗고 커다란 개였어. 그렇다고 개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야.\”
내가 담배에 불을 붙여 다 피우는 동안, 둘은 잠자코 있었다.
\”슬퍼요?\”
라고 한쭉이 물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만 자요\”
라고 한쪽이 말했다.
그리고 나는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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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길을 나설때 카메라 필름 장전실에 Velvia 50을 넣었다.

왜 그랬을까.

2주만에 셔터를 누르다.

잠을 못이루고 뭔가 의미없는 짓을 하며 뒤척이다 겨우 정오가 되기 전에 잠들다.
C군이 작업실 지나가는 길에 들려 우유를 주고 가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체, 마치 껍질을 벗겨낸 살에 소금을 뿌려댄듯한 시간의 흐름을 의미없이 묵도하다.
저녁쯤에 되어 J군이 들렸고 그 후 H군이 작업실에 들리다.
바카디 151을 더블 스트레이트 잔에 부어 마시다.
조금 늦은 저녁이 되어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먼지가 쌓인 카메라를 털어준 후 바깥으로 나가다.
샵에 들려 돌려줘야 할것을 주고난후 K군집에 들리다.
다시 나선후 김밥을 썰어 볶아낸 포장마차 김치볶음밥으로 오늘 첫끼를 때우다.
아주머니께서 오뎅2개의 값은 서비스라며 받지 않으시다.
K군의 작업실에 들려 맹맹하게 뽑혀진 블루마운틴을 마시며 3년 만에 낸 골딘 사진집을 다시 보고, 조엘 피터 위트킨, 로버트 메플소프의 사진집을 훑어보다.
먼지가 쌓여있던 카메라의 셔터를 거의 2주만에 누르다.
작업실로 돌아와서 모리야마 다이토의 사진집을 다시 훑어보고, 무소유를 다시 읽다.

몇일동안 간헐적으로 날 괴롭히던 편두통이 다시 시작되다.
철제 약품 캡슐에 들어있는 진통제를 두알 삼키다.

2주일 만에 처음으로 필름을 갈아 끼우다.

바카디 151을 더블 스트레이트 잔에 부어 마시다.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다.

Cast a spell

사람이라는 것은 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이러한것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던것 같다.
그렇게 살아갔던 이유는 아마, 내가 교만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그 무엇도 아무것도 실로 변한건 없어서,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지만, 어쩌면 조금정도는 일어서서 한걸음 한걸음 다시 걸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무엇하나 변한건 없지만, 무엇하나 알게된 것, 느끼게 된것 없지만 말이다…..

비가 오면 이번에야 말로 꼭 카메라를 들고 수분이 말라버린 내 몸을 다시 적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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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할것 같다.

나중에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한 메모

베트남에서 아오자이를 입은 십대 소녀를 만나는거지.
프랑스 혼혈의.

스콜이 내리는 속에서 멍하니 하얗게 젖어 스쳐가는 소녀를 만나는것도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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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무것도 판단 할 수 없고, 아무런것도 느껴지진 않지만… 그래도 잊지 않기 위한 메모.

바카디

마치.. .식물인간이 된 기분이다.

사진에 대한 나의 무력감은 마치 5살된 꼬맹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주저앉아버리는 그런 기분이다.

어쩌면 아무것도 전할 수 없고, 아무것도 전달 할 수 없으며, 아무것도 동할 수 없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혹한 무력감이다.

물론 그런게 아니길 바라고 있으며,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수많은 사진가와 사진들이 이 세상엔 존재 한다.

나에게 있어서 무엇이 문제인가…………………………………..

Night

발작성 외로움 및 고독증이 시작된거 같다.

얼마나 몸을 웅크리고 견뎌내면 다시 맑아질까…

여름은 왜 이다지도 오질 않는걸까.

도대체가….

좋은 사진

다소 논의의 여지가 많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 생각은 이렇다.

좋은 사진은 스스로 말을 걸어 온다.

여름.

내 핸드폰의 기본 화면은 달력인데, 해당계절에 따라 뒷배경이 바뀐다.

예를 들어 3월부터 5월 31일까지는 노란 꽃들이 피어있는 들판 같은 것이 보인다.

6월 1일이 되자 부른 바다와 부서지는 흰 파도, 야자수 나무가 왼쪽에 걸려있는 그림으로 바뀌었다. 도대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만든 사람의 의도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림이 문제라기 보다도 6월 1일에 \’째깍\’ 라고 바뀌어버리는 여름이라는게 당체 맘에 들지가 않는다는 것 이다.

6월 1일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왔으면 하고 내심 굉장히 바라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내 마음을 알아주었는가…

비가 오면 판초우의를 입은체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싶었다.
그런 기분이었다.

요즘 작품 하나를 만들고 있는데 한번에 10롤 이상씩 보기가 너무 힘겨웁다.
6월이 끝나기 전까진 프린트를 마쳐야 하는데 이래선 언제나 가능할런지 짐작도 안된다.

요즘들어 가-끔 느끼는 것 이지만, 사람보다는 술이 더 낫구나, 라고 생각할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스쳐지날땐 조금 슬퍼진다. 견딜만한 정도 만큼 슬퍼진다.

나의 여름은 언제쯤 시작 될런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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