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조지윈스턴의 Walking in the Air.를 듣고 있다.
어젯밤에 필름 현상을 8롤 하고 필름스캔다 다 받고 약간의 작업을 하고보니
아침 7시 30분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침대속에 기어들어가 잠을 청했다.
약속된 전화가 왔다. 간단한 이야기후에 전화를 끊고 다시 잤다.
약속시간에 맞춰 사람이 찾아왔다.
간단한 채비를 하고 카메라, 렌즈, 필름, 레드필터, 적외선 릴리즈, 트라이포드를
챙겨서 나갔다.
사진을 계속 찍었다.
사진 한롤엔 36컷이 들어간다.
난 필름 한롤에 하나씩 연작을 만들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었다.
그리고 오늘 그렇게 찍었다.
긔고 마지막 2~3컷정도 남을때 즈음 그 연작의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8롤을 찍었다. 연작 8개.
그 연작마다 마지막 2~3컷은 항상 마지막이라는것…
그 조그만 연작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연작을 이루어지게 만들고 싶었다.
촬영하면서 조금씩 힘이 부치기 시작한다.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상당히 컸다. 아주 오랫만에 온 힘을 다 쏟아 부어 찍었다.
이럭저럭 저녁 7시가 넘어가고 해가떨어진 후, 얼굴이 잘 안보이게 될때까지 촬영은 계속 되었다.
날씨는 조금씩 추워지고 모델도, 나도 무척 지쳐있는 상태. 그래… 이런걸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촬영을 마친후 아는 사람과 함께 스타벅스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레귤러로 한잔 마셨다.
진한 커피향이 무척 좋았다. 종지만한 커피잔에 반도 안들어있는
에스프레소라는건 제법 매력있는것이다.
피로에 찌든 몸이 제법 풀린듯 하다.
오늘 수고해준 모델을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제법 피곤했을것이다.)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왔다.
갑자기 온 몸이 눅진눅진 해지는 느낌..
솜이 물을 잔뜩 먹은 느낌.
아아.. 현상해야 되는데… 현상해야 되는데….
그렇게 멍하게 있을때 즈음. 누군가 찾아왔다.
얼마후에 깨워달라고 부탁하고 잠에 빠졌다.
그 짧은 시간에 무슨 꿈을 꾼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뒷맛이 찜찜한 느낌.
그래. 현상하자!
현상도중 딜레이 타임 없이 계속 현상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다 했다.
그리고 첫번째 필름의 현상 결과가 나왔다.
‘음… 만족스럽게 나왔군… 그래… 좋다….. 엇..?!’
마지막 3컷이 ‘시.커.멓.게’ 타 있었다.
굉장히 화난다. 어째서 그런거지? 내가 실수를 한건가?
현상탱크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나머지 8롤 ‘모.두’ 그렇게 되었다.
갑자기 필름 로더가 생각났다.
확인하는 순간. 그 필름로더를 책상위에 강하게 집어던저버렸다.
‘콰당’
모든 의욕과 기운이 간단하게 날아가버렸다.
지금 위속이 매우 쓰리다.
언젠가 x군이 나의 필름을 날려먹도록 협조해준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런 어느정도 참을만 하다.
갑자기.. 모든 의욕이 상실되어버렸다.
그래…….
추신 : 그래도 지금이나마 필름로더의 문제라는 원인을 알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추신2 : 왠만하면 나도 정품필름 쓰고 싶다. 벌크필름을 필름로더에
감아서 쓰는것도 지겹다.
추신3 : 난 돈이 없다.
추신4 : 그래서 난 벌크필름을 사서 필름로더에 감아서 써야된다.
추신5 : 주의해야 한다.
추신6 : 나 자신에게 너무나도 화가난다.
추신7 : 도무지 이토록 화가나는 자신을 어떻게 주체 할 수 없어.
나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추신8 : 그래서 지금은 무표정, 무감정이다.
추신9 : 좋은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추신10 : 그래.. 소중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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