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

정말 못난 소리지만, 요즘들어 다대포에 사진찍으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썩 기분좋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치기어린 소유욕 때문도 있겠거니와 다대포는 이러한 곳인데 왜 저렇게… 라는 분명 못난 아집과 심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대포 입장에서 보면 결국 나 또한 이물질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지만 카메라 들고 있는 사람이 많은 다대포 라는건 나에겐 미묘한 이물감으로 가다온다.

혼자서 맘 편안히 갈 수 있었던 조용한 바가 있었는데, 어느날 손님들이 바글거리고 있고, 목소리가 커서 음악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억지로 맥주를 시켰지만 10분을 버티지 못한체 술값을 치르고 나와버리는 밤 2시 46분쯤의 기분인 것이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고, 평소 조용한 가계 (장사가 잘 안되는) 주인장 입장을 생각한다면 장사가 잘 되고 그 가계가 망하지 않도록 운영이 될 수 있는 것에 그 손님들에 대해서 내가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까지 미치고 나면 괜히 짖굳게 담배 한개비 물어 재끼고 멀쩡한 라이터(그 상황에선 불이 유난히 잘 켜지지 않는) 에게 화를 낸다. 역시 심뽀가 고약하고, 근성이 나약한 탓이다.

하지만 밤 2시 46분의 기분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것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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