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는 정도의 하늘.

살짝 빚맞거나 혹은 정통으로 뚫고 지나가 남은 흔적 같은 화요일의 오전 10시 45분의 지하철 풍경은 어딘가 애처로운 느낌이 든다. 양말은 신지 않은체 화려한 갈색 신발을 신고 노동복을 입은 팔순 할아버지 부터, 어딘가 생기다 만듯한 키와 얼굴의 풍채에서 감도는 공기감은 단지 한사람의 고유 느낌이 아닌 지하철 전체에 뿌려져있는 느낌이 든다. 젊은 사람도 이 시간대의 기묘한 뒤틀림을 피해가긴 어려울것이라 생각한다. 다들 어딘가 납짝하거나 홀쭉하거나 짧거나 뭉개져 있거나 부어있거나 소실되어 있다.

분홍색 클락스 신발에 짙은 블루진 바지에 검은색 흰색 붉은색 체크 난방에 자주빛 매트 립스틱. 빛에 그을린 피부를 한 얼굴이 사격형인 아주머니가 껌을 씹는 느낌인거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화요일 오후에 난 어딘가 난처하고 명치 어딘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거의 일주일간 잠을 자지 못해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어젠 얼마간 눈을 붙였는데 그날 바로 철야를 하고 바로 기어나와 내 몸뚱이를 목적지로 던져버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아니다.

이건 명확하게 눈앞에 있는 팩트이자 내가 녹여 보고 있는 사실의 일부이다. 하지만 너무나 신기하다. 어째서 이 모든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듯 어딘가 소실된 외형으로 이 시간 이 공간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마치 내가 십여년 넘게 했던 사진 작업이 현실로 한꺼번에 걸어나와 내 눈앞에 펼쳐놓은듯 하다. 속이 메스껍다. 심지어 여섯살 짜리 꼬마가 자일리톨 녹색통을 든체 사시눈으로 날 보고 있다. 이쯤 되니 조금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혹시 내가 미친건 아닐까.

내가 미친건 아닐까.

내가 미친건 아닐까.

아니다 단순 수면 부족이다.
세상은 어제와 같이 똑같이 돌아가고 있다.

혹시 정말 내가 미친건 아닐까.

이 말을 쓰는 중에 지하철 잡상인이 타이밍도 정확하게 \’치료약이 없습니다\’ 라고 한다. 얼굴은 매끈하게 일그러지고 배는 잔뜩 나온체 노란색 스프라이트 니트를 입고 싸구려 검은색 비닐 가죽 벨트를 찬 잡상인이 다시 말한다.

치료약이 없습니다. 치료약이 없습니다.

맞은편에 한쪽눈이 살짝 찌그러진 녹색 파마 아주머니가 날 살짝 보고는 정차역에서 내린다.

열차는 나의 목적지에 거의 다와간다. 문득 벽을 보자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고판이 날 내려다 보고 있다. 혹시 내가 미친건 아닐까.

지하철 플랫폼을 나와 지상으로 향하는 높은 계단을 오르며 고개를 들어보니 너무나 맑고 파란 하늘과 구름이 보였다. 어딘가 눈이 가늘게 뜨여지며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작은 하늘이다. 하늘이 조금씩 커지며 지상에 도착할때쯤 하늘을 가리며 아주머니가 한명 내려온다. 또 찌그러진 얼굴이다. 난 아마도 미친게 아닐거다.

계단을 미쳐 다 올라가지 못하고 끄적거리고 있을때쯤 눈이 뻘겋게 젖어있는 걸인이 술냄새를 풍기며 나에게 라이터를 달라고 한다.

아마도, 난 미친게 아닐거다.
그리고 여길 벗어날 방법은 아마도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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